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참 좋아라 하는 친구가 문득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너하고 잘 맞을 것 같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사실은 "내가 그 책을 먼저 읽고 니 라이프스타일을 들은 결과 아, 이 둘은 닮았다란 생각이 들더라"라고 표현해주었지만.
통하는 것도 많고 공통분모도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라 흔쾌히 책을 받았다.
평소에 책 선물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았던 문장이 나오면 한쪽 끝을 살짝 접어놓는데 그 상태의 책을 상대에게 빌려주곤 한다.
그리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가 접어놓은 페이지를 상대가 눈치챘을 때에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읽어갈까?
보통은 이렇게 새 책을 선물하기보다는 내가 읽고 나서야. 그리고 이렇게 한 장 한 장 접어 흔적이 남은 책들을 빌려주는데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다른 이에게 건네주기 전에 나름의 책임감이랄까. '내가 읽어봤는데 이렇게나 함께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많았어!'라든지 '나는 이런 이런 부분이 참 좋았는데 너는 어떠니?'라는 이유.
그리고 상대가 궁금해서라고 말해도 되겠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 궁금하기에 슬그머니 책을 빌려주곤 한다. 이 글을 만약 친구가 읽는다면 내 속셈은 들통이 나겠지만서도! 사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보여주려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이미 친구한테 들통이 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이 친구는 나를 참 제대로 알아차렸구나!'
페이지를 얼마 넘기기도 전에 나는 누군가 돋보기로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문장을 만나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그렇다. 20살 그 무렵부터 꾸준히 생각해오던 고민. 어느덧 앞자리가 변해 30을 맞이한 나는 아직도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마치 "이외수" 작가님의 "장외인간"처럼.
어떠한 일을 하여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공허하고 흔들리는 것.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찾아 이렇게 정체 없이 헤매고 있는지 무던히 답을 찾아 헤매었다.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행을 떠나 보고, 하루 종일 누워서 이것저것 주워 읽기도 하고 뭔가에 홀린 듯 사람들을 만났다가 다시 사색에 빠지고 그렇게 맴돌고 서성이며 홀로 고고한 척.
나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그 위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한 존재로써의 삶.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본질적인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씩 윤곽을 잡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윤곽은 '현실의 벽'에 의해 매번 무너져 내렸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말해주었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는 것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질문들은 어쩌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그런데 과연 그 행복이라는 것이, 만인이 공유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남들처럼 살면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 행복에 정답이 있나.
그렇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나를 뒤흔들고 부유하던 나를 뭍으로 끌어당겼다.
자기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미디어. 책. 또는 바로 옆에 있는 지인에게까지. 그러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의 이야기는 담담하였고 고요하며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척의 배였다.
그리고 그 배에는 좋은 선장이 있었다.
인간성을 지니고,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기를 바라볼 줄 아는 존재로써 이 세상에 나온 우리들은 어쩌면 자기를 바라보기에 타인도 바라볼 줄 아는 존재들이 아닐까. 그렇기에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도 있는 존재.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행복보다는 상대의 행복을 먼저 바라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글쓴이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그리고 또 같은 생각들. 행동들. 부러워서 지고만 많은 이야기들. 이야기들.
어쩌면. 이 작가는 바쁜 현대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발자국 떨어진 시골에서의 삶의 선택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
어떠한 선택을 하든 함께 마음을 정하고 함께 준비하는 그 과정.
그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기에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큰 사건인 결혼식을 전시회 겸 작은 결혼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하기로 서로 결정을 한 것도.
함께 시골에 가서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내는 것에도 아내와 함께 하였다는 것까지도.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책 이름을 지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들의 앞날에 아름다운 일과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기를.
가끔은 인생에 동화 같은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당신들에게
감사하며 이 길고 긴 글을 헌정한다.
또한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