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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Jun 28. 2016

당신과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참 좋아라 하는 친구가 문득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너하고 잘 맞을 것 같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사실은 "내가 그 책을 먼저 읽고 니 라이프스타일을 들은 결과 아, 이 둘은 닮았다란 생각이 들더라"라고 표현해주었지만.





통하는 것도 많고 공통분모도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라 흔쾌히 책을 받았다.  

평소에 책 선물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뭐랄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았던 문장이 나오면 한쪽 끝을 살짝 접어놓는데 그 상태의 책을 상대에게 빌려주곤 한다.


그리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가 접어놓은 페이지를 상대가 눈치챘을 때에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읽어갈까?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고이접어내다

보통은 이렇게 새 책을 선물하기보다는 내가 읽고 나서야. 그리고 이렇게 한 장 한 장 접어 흔적이 남은 책들을 빌려주는데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다른 이에게 건네주기 전에 나름의 책임감이랄까.  '내가 읽어봤는데 이렇게나 함께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많았어!'라든지 '나는 이런 이런 부분이 참 좋았는데 너는 어떠니?'라는 이유.  


그리고 상대가 궁금해서라고 말해도 되겠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 궁금하기에 슬그머니 책을 빌려주곤 한다.   이 글을 만약 친구가 읽는다면 내 속셈은 들통이 나겠지만서도!   사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보여주려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이미 친구한테 들통이 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이 친구는 나를 참 제대로 알아차렸구나!'




페이지를 얼마 넘기기도 전에 나는 누군가 돋보기로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문장을 만나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큰 규모의 사업을 벌이고 , 그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그 일에서 이윤을 만들어 내면서 자신의 삶을 채찍질하는 그런 삶은 그 나름의 성취감과 매력이 있었다. 그런 성공도 그 나름의 행복이 있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길은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갈 아내가 나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 하는 길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젊음을 다 걸고서 너무나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 길은 고속도로와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속도를 즐기고 일찍 도착하는 만족을 얻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천천히 국도를 달리면서 경치를 즐기고 길가에 마음에 드는 마을이 있으면 쉬었다 갈 수도 있지 않을까?  p26



그렇다.  20살 그 무렵부터 꾸준히 생각해오던 고민.  어느덧 앞자리가 변해 30을 맞이한 나는 아직도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마치 "이외수" 작가님의 "장외인간"처럼.


어떠한 일을 하여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공허하고 흔들리는 것.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찾아 이렇게 정체 없이 헤매고 있는지 무던히 답을 찾아 헤매었다.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행을 떠나 보고, 하루 종일 누워서 이것저것 주워 읽기도 하고 뭔가에 홀린 듯 사람들을 만났다가 다시 사색에 빠지고 그렇게 맴돌고 서성이며 홀로 고고한 척. 

나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그 위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한 존재로써의 삶.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본질적인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조금씩 윤곽을 잡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윤곽은 '현실의 벽'에 의해 매번 무너져 내렸다.  그런 나에게 그는 말해주었다.



"뭐 먹고살려고 그래?"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글을 쓰고, 아내는 천연염색을 할 거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건강을 잘 지키고 소비를 줄여 나갈 것이라는 말을 덧불일 수 있을 것이다,


생계 대책이라는 것은 물론 경제에 대한 것이지만 단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과 나의 행복에 대한 그림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인 계획이 나올 때 그것이 정말 현실성 있는 생계 대책이 아닐까? p57-58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이 도시의 아스팔트이든 산골의 흙마당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으로 이곳에 와서 이곳에서 우리의 행복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p66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는 것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질문들은 어쩌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그런데 과연 그 행복이라는 것이, 만인이 공유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남들처럼 살면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  행복에 정답이 있나.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세상에 꺼내고 싶다기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행복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인정이라도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우리가 아무리 행복을 찾아왔고 또 지금 행복하다고 말해도 "그건 행복이 아니야. 지금 너희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곧 후회할 거니까 빨리 돌아와."라는 느낌의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왜 행복의 모습이 다 같아야 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행복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우리가 행복을 찾아온 이곳에서 뜻밖의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나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선택하려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인데 비정상으로, 뭔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눈초리가 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의 삶이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삶의 형태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그날의 결정에 크게 작용했던 것이 분명하다.  p133



그렇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나를 뒤흔들고 부유하던 나를 뭍으로 끌어당겼다.

자기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 미디어. 책. 또는 바로 옆에 있는 지인에게까지.  그러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의 이야기는 담담하였고 고요하며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척의 배였다.


그리고 그 배에는 좋은 선장이 있었다.


회사를 나와서는 새로운 마음을 갖기 위해 도보여행을 떠나고 머리를 비우고 새로 시작하자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모여 놀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회사를 준비하면서 대표를 맡은 나는 무책임하게도 그 회사가 채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다른 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길연 씨와 사랑에 빠지면서 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p154





인간성을 지니고,  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기를 바라볼 줄 아는 존재로써 이 세상에 나온 우리들은 어쩌면 자기를 바라보기에 타인도 바라볼 줄 아는 존재들이 아닐까.  그렇기에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도 있는 존재.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행복보다는 상대의 행복을 먼저 바라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글쓴이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아마도 내가 아내와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희생하더라도 아내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p179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도(道)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길연



그리고 또 같은 생각들. 행동들.  부러워서 지고만 많은 이야기들. 이야기들.


어떤 사람은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지내는 우리 부부를 두고 "부부가 적당히 떨어져 지내야지 그렇게 지내다가는 부딪히는 일이 많다"라고 걱정을 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너무 붙어 지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p190 


마음이 끌리는 것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만 기억에 뚜렷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앞으로 장길연이라는 사람과 믿음을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로부터 우리는 자주 만나고, 자주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감정보다는 신뢰를 관계의 기초로 삼자'는 것이 우리에게 하나의 원칙이 되어 버렸다. p202 


길연 씨의 부탁이란 바로 담배를 끊어달라는 것이었다. 자기는 불편해도 참을 수 있지만 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길연 씨의 말에 나는 머리가 멍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그렇게 불편했을 것을 알면서도 줄기차게 담배를 피운 날들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 여자라면 내가 기분 좋게 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다.  p203





어쩌면. 이 작가는 바쁜 현대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발자국 떨어진 시골에서의 삶의 선택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


어떠한 선택을 하든 함께 마음을 정하고 함께 준비하는 그 과정.
그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기에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큰 사건인 결혼식을 전시회 겸 작은 결혼식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하기로 서로 결정을 한 것도. 

함께 시골에 가서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내는 것에도 아내와 함께 하였다는 것까지도.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책 이름을 지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을 선택한다!"  - 표지에 적힌 글.




이들의 앞날에 아름다운 일과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기를.

가끔은 인생에 동화 같은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당신들에게
감사하며 이 길고 긴 글을 헌정한다.



또한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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