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으로 느끼게 된 나의 양심은 부끄럽다
음악을 귓속에다 흘려 넣으면서 그렇게 멍하니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버스에 앉아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다. 그렇게 반쯤은 공허하고 반쯤은 멍한 상태로 버스에 나를 실어서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목적지만을 기다리는 것.
모두 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그렇게 손가락 두 개로 자신들의 세상을 촉진하면서 저마다의 시간을 흘려보내며 목적지로 향하는 시간. 목적을 위해서 이동하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렇게 의미가 작은 일들로 자신을 채우면서 도달하려 하고 있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서 나는 이질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버스의 격한 질주로 인해서 언제나처럼 뒤흔들리는 내부는 마치 여러 가지 음식을 갖다 넣고 갈아버리는 듯한 흔들림이지만 다들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데 그녀는 그 흔들림을 쉬이 넘기지 못하고 바닥에 커피를 쏟고 말았던 것. 아니 커피 일려나, 다른 음료일 수도.
잠시 시선을 끌었지만 어쩌면 흔한 일이라고 단정할 수 도 있는 사건이라서 다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 시선을 흘러가는 이미지에 흩뿌리고 있었는데 언뜻 시야의 사각으로 보여야 할 그녀가 사라졌다. 사실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면 '내리기 전에 주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커피를 쏟은 자리를 흘깃 봤을 뿐이다.
그녀가 앉아있었다.
자신이 흘린 커피를 휴지를 계속 꺼내가며 한참을 꼼꼼히 바닥을 닦고 있다.
여전히 거친 질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서 커피를 닦아낸다. 멀리서 봐도 정말 꼼꼼히 구석구석을 닦아내던 그녀는 수북이 쌓인 휴지를 가방에 넣고는 버스에서 내린다.
문득. 당연스러운 일을 당연스레 하는 모습이
뭔가
버스를 내리면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바라보는 그녀는 메마른 도시의 불투명한 풍경에 반사되는 투명한 아름다움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당연스러운 일들을 당연스레 하는 모습을
이토록 생경스럽게 바라보게 되었을까.
당연스러운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심히 넘겨야 했던 수많은 나날의 사건들이 무심코 돌아와 나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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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글 두개 글 쓰기.
오늘은 실제의 사건을 담아서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