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잔뜩 피어난 그 길을 걷다
지난번 미쳐 들리지 못한 호동골 꽃밭을 거닐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살짝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계속 담아만 두기에는 아쉬운 곳이라 다시 한번 발걸음을 향했다.
분기마다 새로운 꽃들이 심어지고 피어나고 흐드러진 곳이라서 지금이 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먹게 만든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다시금 찾아간 곳은 꽃들이 만발하여 눈부신 정원이었다.
다시 한번 찾아와 달라고.
우리를 잊지 말라하며 그렇게 고운 빛으로 물들이고 뽐내며 피어있었다.
아름다움은 사실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소소한 아름다움, 질박한 것들이 이렇게 모여서 빛날 수 있는데 우리는 가끔은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시간이 없다. 기회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고 세상을 향한 눈을 거두는 것은 아닐까.
구석구석. 여기저기. 당신의 옆에도 아름다움이 피어있는데
너무나 흔하고, 항상 곁에 있기에 익숙해져 버린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함께 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
날이 너무 좋아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정자에 누워서 음악을 들었다.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이런 좋은 풍경과 상황 속에서 편안하게 눕거나 기대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거늘. 그동안은 진정한 휴식이란 것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에 누워서 구름이 흘러가는 것도 구경하고, 바람이 산을 매만져서 나무들이 흔들거리는 모습들을 보고 숲의 노랫소리도 들어보고 코끝에 맴도는 풀냄새, 흙냄새도 맡아보고. 바람소리. 숨소리 하나 된 '소리'
통기타 들고 가서, 듣는 사람 없이 자연을 위해 꽃들을 위한 나만의 연주를 하고 싶었던 순간.
청중은 꽃잎. 풀잎. 풀벌레. 종달새 뻐꾸기 까치. 그리고 '나'
그리고 언젠가 사랑할 누군가를 위해
결국은, 아름다운 것은 나 혼자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함께 할 수 있을 때 진정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나누고 싶은 것. 소소하거나 흔한 것 하나라도 공유하고 추억을 서로 아로새길 수 있는 그런 상대를 만나서 서로를 위해 나의 시간으로 상대의 시간, 순간을 꾸며주고 싶다. 나란 이름으로, 향기로.
어쩌면 나는,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신은 우리를 만들었고
사랑할 많은 것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지 모른다.
https://brunch.co.kr/@guh9876 김근희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