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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Sep 29. 2016

어디 한번 내 방식으로 놀아볼까나

피지못한, 또는 이제 피어날 당신을 위한.  놂의 탄생


이외수 작가가 책을 통해서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참 여럿 있지만 그중에 나에게 절절하게 와 닿았던 메시지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쩌면 한 작가로서 또는 기성세대로써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미안함과 격려, 그리고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부탁이랄까.




"예전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대학생 취급을 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대학생 대접을 받는다. 예전의 대학가에서는 서점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가에서는 술집이 호황을 누린다. 


예전에는 호스티스들이 여대생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대생들이 호스티스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한다. 예전에는 국민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대학생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대중음악이나 액세서리를 대학생들도 똑같이 선호한다.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늘날은 모든 문화가 정체성을 상실해버렸다.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뒤죽박죽이다.

양심도 죽었고 예절도 죽었다. 전통도 죽었고 기품도 죽었다. 낭만도 죽었고 예술도 죽었다.


그것들이 죽은 자리에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밤이 깊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이외수, 장외인간 中






30. 탈도 말도 많았던 아홉수를 넘기고 맞이한 30이란 나이는 여느 때와 같았다.  



세상은 어느 순간. 정체라도 된 듯이 그렇게 매일 같은 지루함과 먹먹함으로 자신을 잔뜩 치장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채 또 다른 하루를 내일로 이어가고 있었다.


세상은 이외수 작가가 적어 내려 간 대로 뒤죽박죽이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서 있었다.  나의 이야기로 이 하얀 모니터를 검게 채워 넣을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기에 흔적을 꼬리표 달아 남겨놓는다.  [자기고백][링크]

이 글은 지웠다 다시 살렸다 몇번을 반복하였는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길다면 긴 시간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가혹한 경쟁의 울타리 속에 던져진다. 선택보다는 강요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남들이 정해준 방향으로 걸어나간다.  취업이란 이름으로, 전망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이제는 직업훈련소라고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대학이란 곳을 향해 자신의 인생을 내던진다.


그렇게 성장하고 자라난 우리는 잘 키워진 경주마,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요구가 바탕에 깔린 사회의 최하단의 희생물이었다. 





모든 것을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여럿이 모이면
음식 메뉴 하나에도 결정이 힘들어 결정 장애라고 자신을 희극화 시키는

우리는 가장 피어나야 할 무렵에 이미 시들은 꽃이며
비에 흠뻑 젖어서 타오르지 못하는 장작이었다.



꽃처럼 피어나야할 우리는 뿌리부터 병들고 있진 않을까.



어른들은 자꾸만 아파야 성장할 거라며 자신들이 가하는 폭력을 합리화시켰고 우리는 그런 고통에 무덤덤하다 못해 무뎌져 메말라갔다. 그래서 잔혹해지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기 어려웠다.  남의 아픔을 이해하기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컸기에.   우리는 서로를 껴앉을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과 같았다.


서로를 사랑하기 어렵고 자신도 사랑하기 어려워 메마른 것에, 공허한 것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며 그렇게 잠깐의 희락을 찾아다니는 우리들의 모습.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했다.

나는 별거 아닌 존재지만 그래서 이 세상에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장외인간이기보다 파문을 일으키는 하나의 몸짓이 되고자 하였다.  한 방울의 물이 잔을 넘치게 하기에 그 한 방울이 되고자 한다.




"놂"  놀이문화의 줄임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하는 모든 몸짓이 의미가 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움직임, 하나의 놀이이자 놀이문화가 되기를 바라며.  나는 첫 번째 몸짓이 되려 한다.



이 글은 앞으로 내가 시작하게 될 "놂"의 시작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혹은 이 글을 읽고 변화하고자 하는 당신의 몸짓을 갈구하는 초청장이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 방식으로 세상에서 놀아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당신을 초대한다.  나의 시작이 당신의 즐거움이 되기를. 비전과 꿈이 되기를. 즐거움이 되기를.



새로운 놀이문화의 시작.  놂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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