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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Nov 23. 2016

제(除)하다.

가끔은 우리가 제외한 것들에게 사람이 버려진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필요충분조건에 따라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 자신 하나조차 추스리기 벅차서 흘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랄까.


누군가와 맞잡은 손이라든지. 길가다 도움을 요청하는 할머니를 외면하는 내 구멍 난 양심이라든지.  

또는 사랑할 이유라든지.




여러 가지 들이 잊혀지고 잊으며 우리는 또 다른 (이라고 읽지만 막상 보면 오늘이나, 어제나 비슷한)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소비한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은 끊임없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집어넣으며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끊임없이 뭔가를 먹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 긍정을 하고 자신의 상실감을 채우는 것은 아닐지.


뭐. 가끔 그 먹는 행위로 인해서 생성되는 긍정적인 것들이 있다.  문화라든지, 예술이라든지, 정의, 연민, 사랑 같은 것들.


문제는 먹고 자신을 유지하느라 (사느라) 바빠서 먹은 만큼 배출해내는 건 똥 같은 것들만 있다는 것이랄까.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글을 '쓴다'라고 하지 않고 '배설'한다 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싸지르는 것이 되었다.




아마도.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간당간당한 세상이라 자기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배출하는지 스스로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겠지.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우리가 다 담지 못하고 흘리며 살아간 것들, 제외한 것들에게 버려짐을 당하곤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



시를 버렸기에 시가 멀어져 갔고

사랑을 버렸기에 사랑이 떠나가고

아름다움을 포기했기에 아름다움이 퇴색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찾아보면 작은 골목 안쪽에서,  허름한 헌책방에서,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의 손바닥에서

우리가 흘려왔던 것들을 주워 담을 수 있을지도


어차피 내일도 배고프고 힘들 거라면

적어도 이제는 조금이나마 영혼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 늦은 시간에도 추위를 떨어가며

밤새 자리를 지킨다.



_

모바일로만 작성한 글.

정리는 내일로

내일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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