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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드시선 Aug 11. 2021

러시아 현대사의 현장 궁전광장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그곳의 역사적 의미

유럽 도시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광장이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계세요. 그런데 러시아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 광장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겨울궁전 앞에 펼쳐진 광장이라서 궁전광장이라고 부릅니다. 광장 정중앙에는 알렉산드르 원주가 세워져 있고요. 광장 북쪽에는 겨울궁전이 직선으로 배치되어 있고, 남쪽에는 참모본부가 광장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프라하 구시가 광장
성베드로 광장
모스크바 붉은 광장

먼저, 녹색 외관을 갖고 있는 겨울궁전을 보실까요? 겨울궁전은 로마노프 왕가의 정궁입니다. 조선시대로 치면 경복궁에 해당하겠네요. 1752년부터 1762년까지 이탈리아 건축가 라스트렐리가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했습니다. 재밌게도 겨울궁전의 외부 색상은 계속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노란색이었다가, 회색, 붉은 색을 거쳐서 지금의 녹색 외관이 되었습니다. 파란 백야의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색상을 결국 발견한 거죠. 현재 겨울궁전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노란색 외관의 겨울궁전
현재, 녹색 외관의 겨울궁전

광장을 둥글게 감싸는 참모본부 건물 어떠신가요? 매우 역동적이죠? 참모본부는 1819년부터 1829년까지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로씨가 설계했습니다.  1812년 나폴레옹과 싸운 조국수호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문을 갖고 있습니다. 개선문 위에는 6 마리의 말이 승리의 여신을 태운 마차를 끌고 있고요. 건설될 당시 동쪽 날개는 외무부와 재무부가 있었고, 서쪽 날개에는 참모본부가 있었습니다. 현재 참모본부는 그대로 남아 있고, 동쪽 날개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속이 되어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역동적인 참모본부관

광장에서 가장 눈길은 끄는 것이 무엇인가요? 광장 중앙의 원기둥이죠. 알렉산드르 원주라고 합니다. 이 기념비 역시 조국수호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것으로서 프랑스 건축가 몽페랑이 세웠습니다. 기둥의 높이는 47.5m 이며 그 중 화강암 통석의 높이만 25.6m에 달합니다. 어마어마 하죠. 무게는 무려 600t 이상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통석 기념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둥 꼭대기에는 십자가로 뱀을 내리 찍고 있는 미가엘 천사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천사의 얼굴은 알렉산드르 1세의 얼굴과 닮았다고 하네요.

광장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알렉산드르 원주

이 광장은 러시아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제정 러시아가 붕괴되고 공산주의 국가로 넘어갈 때, 2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여기서 벌어졌거든요.


첫번째는 피의 일요일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1905년 1월 22일 일요일에 발생했습니다. 불평등한 사회체제로 억눌린 러시아 민중들이 드디어 들고 일어난 거죠. 이 최초의 혁명은 비폭력 시위였습니다. 짜르 니콜라이 2세의 초상화, 예수의 성화 그리고 청원서를 들고 기둥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버려요. 겨울궁전 발코니에서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한 것이죠.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부상자를 냅니다. 이 사건으로 신처럼 떠받들던 짜르의 실체를 알게 된 러시아 민중들의 불만이 커집니다. 이것은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때를 기회로 러시아에 소비에트가 처음 등장합니다. 소비에트 연방, 즉 소련할 때, 그 소비에트입니다. 소비에트는 대표자 회의라는 러시아말입니다. 

궁전광장에서 평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러시아 군대

두번째는 10월 혁명입니다. 볼셰비키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 혁명은 1917년 2월 혁명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죠. 2월 혁명 후에 러시아는 2개의 세력이 권력을 양분합니다. 소위 케렌스키 임시정부라고 하는 자유주의 정부와 노동자와 군인 중심의 소비에트입니다. 임시정부는 겨울궁전을 정부기관으로 사용했습니다. 2월 혁명이 일어났을 때 레닌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스위스에 망명 중이었습니다. 그는 취리히에서 그 유명한 봉인열차를 타고 러시아 수도 페트로그라드에 도착합니다. 지금 우리가 여행 중에 있는 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그 때에는 페트로그라드였어요. 핀란드역에서 레닌은 그 유명한 '세계 사회주의 혁명 만세'를 외쳐요. 임시정부가 들어섰을 때, 민중들은 1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물러나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전쟁 기간 민중들은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고 지쳐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전쟁을 지속한다고 천명하자 민중들은 엄청 실망하게 되죠. 반대 급부로 전쟁 중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볼셰비키의 인기가 치솟습니다. 결국 볼셰비키 군인, 수병들로 구성된 혁명군이 1917년 10월 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겨울궁전을 습격하여 케렌스키 임시정부 각료들을 체포함으로써 볼셰비키 혁명은 성공하게 됩니다.

2017년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레닌과 트로쯔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양회화들을 감상하기 위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찾고 있지만,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궁전광장은 이렇게 피와 투쟁으로 점철된 곳이에요. 그러한 민중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전에는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 볼 수 있었던 명작들을 우리가 편안히 감상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1917년 혁명 후에 이곳은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개편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던 것입니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이 글은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도 영상과 함께 시청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f4g9wpdd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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