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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r 28. 2024

[職四] 뒷담화는 바람을 타고

직장인의 사계 - 겨울

  누구나 쉽게 다른 이의 말을 하곤 합니다. 내 자신을 드러내 공격당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없는 제3의 누군가에 대해 마음껏 떠들어대고 씹어대는 게 인간의 본성상 훨씬 안전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가벼운 연결을 기반으로 한 요즘의 직장생활에서는 더욱더 뒷말이 무성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보통신의 발달로 실시간 소통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 댈 수 있는 온라인상의 공간들도 많기에 더욱 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남의 얘기를 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다소 과장하여도, 꼭 사실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사실을 검증하기 어렵기에 마음대로 말하기 쉽습니다. 타인의 불행에 행복을 느끼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시기와 질투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인간의 습성상 재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눈 먼' 휴대폰 앱에 직장인들이 '익명성'을 전제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늘어놓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부와 상관없는 내용들을 심심풀이 땅콩 삼아 저잣거리에 널어놓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다들 한 번 정도는 남 얘기를 하거나 추임새를 넣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술자리에 계시지 않는 윗분은 훌륭한 횟감보다 더 좋은 안주일 테지요. 그런데 직장에서는 이런 뒷말을 삼가고 또 삼가야 합니다. 모를 것 같지만 말을 실어 나르는 이른바 '큰 입'들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캐치해 냅니다. 함께 입방정을 떨 때야 다들 웃고 떠들지만, 그들도 뒤돌아서면 남의 말을 쉽게 하는 그 친구를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입방아를 쉽게 찧어대는 그 사람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나를 씹어댈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또한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아무도 모를지라도 본인 한 사람이 이미 알고 있고, 비밀이라는 것들도 조금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회사 전체가 알게 됩니다. 하물며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입술모터 속도를 자랑하는 사람은 어떨까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원리입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남의 뒷말할 시간에 잠이라도 좀 더 자 두는 것이 본인에게 이롭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분위기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요?


  우선, 사람들이 모여 뒷말을 하는 분위기가 되면 슬며시 빠져나오는 게 좋습니다. 미팅 핑계나 해야 할 일들을 핑계를 대도 좋겠지요. 함께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스레 이런 이야기꾼들도 흥미를 잃어 털어대는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겠습니다.


  근본적으로 뒷담화 전문가와는 가까이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근묵자흑이라고 했지요. 이런 재미있고 비겁한 놀이일수록 물들기 쉽습니다. 나쁜 습관은 금방 들고 잘 떨어져 나가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를 한 번 피우면 잠시 쉬는 것이야 가능하지만 완전히 끊어내기가 정말 어렵듯이 백해무익한 뒷담화꾼에게는 곁을 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삶은 어차피 본인이 뜻한 대로 되지 않습니다. 


  엉뚱한 일들의 집합체가 삶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유언비어나 뒷말에 신경 쓰며 살아가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말들로만 채워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삶인데 굳이 나쁜 것들로 채워 놓으며 삶의 고통이 줄어들길 바라는 건 너무나 멍청한 행동입니다. 


  오늘도 김 차장은 말을 실어다 나릅니다. 다른 이들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경멸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우리 김 차장은 코미디언이나 배우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음껏 말을 해대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터이니 말이죠. 하지만 회사는 연극무대는 아닙니다. 열정적으로 쓸데없는 말을 실어 나르는 사람을 반길 리 만무합니다. 김 차장의 끝이 보이네요. 어느 정도야 올라갈 수 있겠지만 외로운 말로는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외롭게 혼자 가기보다 즐겁게 다 함께 가는 것이 어떨는지요. 선택은 언제나 자유지만 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 이 점만 명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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