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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pr 22. 2024

[職四] 마음 나눔

직장인의 사계 - 봄 [나누는 마음이라는 씨앗 뿌리기]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제 가방 위에 예쁜 여자아이 사진이 하나 있었습니다. 얼굴색은 까무잡잡하고 3년 전 처음 봤던 사진에 비하면 훌쩍 커버린, 숙녀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친구였습니다. 제가 작은 나눔을 하는 친구여서 반가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오늘은 나눔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겐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게 돕기 위한 작은 실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것과 아무 날도 아닌데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입니다. 



  우선 정기 기부입니다. 저는 가급적 종교색이 없는 곳을 찾다가 '초록우산'이라는 단체를 통해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결연아동 후원이며, 월 3만 원을 책정하여 에티오피아에 있는 초등학생 친구에게 학용품 등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부입니다. 사실 너무 적은 금액이어서 민망하긴 하지만 제 노동의 대가로 받은 급여를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퍽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이긴 합니다. 오늘 아침에 저를 보고 방긋 웃던 친구가 제가 결연을 맺은 아동입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정기 기부와 별도로 선물금이라는 형태로 별도의 후원금을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100% 아이와 그 가족에게 전달이 된다고 하니 더 뿌듯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는 보통 상반기, 하반기 명절 즈음해서 선물금을 보냅니다. 선물금은 한 번에 10만 원이 상한선인지라 나름 꼬깃꼬깃 모아서 반기에 10만 원을 보내곤 합니다. 이따금씩 받는 편지에 보면 선물금으로 식료품도 사고 옷도 사고 책도 사 본다고 하니 크지 않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신박한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잊을만하면 날아드는 반가운 소식에 미소 지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요즘 일도 힘들고 지치기도 하고, 집은 집대로 시끄러운데 잠시나마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높은 산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 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에티오피아 친구에게 고마워지네요. 


  기부는 습관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도 십원 한 장 남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통속적 기준으로는 가진 게 적은 사람일지라도 가진 걸 나누고, 능력을 나누고, 좋은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와 마음이 풍족한 자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풍족해서 나누는 게 아니라 나누다 보니 풍족해지는 게 아닐까요. 


  제겐 초록우산을 통한 기부 외에도 회사에서 하는 정기 기부가 있습니다. 월급을 받기 전에 공제하니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저 자신도 잊고 있었습니다. 2만 원을 회사를 통해 기부 중이니 총 5만 원 정도를 누군가와 나누도록 세팅을 해두었네요. 저축을 빠짐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저축을 먼저 하고 남은 금액을 소비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기부도 하려거든 애당초 내게 잠시 머무는 돈이 내 손에 거치지 않고 바로 좋은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속 편한 방법입니다. 


  

  또 한 가지 활동은 뜬금포 선물 보내기입니다. 가끔씩 지인들에게 통닭도 날려 보내고, 커피도 실어 보냅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카오톡이 있어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욱 쉬워졌습니다. 아무 날도 아닌데 그냥 툭하니 보내 봅니다. 팀원도 될 수 있고, 동창도 될 수 있습니다. 자주는 못하지만 한 달에 한 명에게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에 2년여 전부터 시작한 활동이네요. 월급날 즈음은 늘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달에는 누구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날릴지 말이죠.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내게 속해 있는 것들을 나누는 것은 마음 건강에 퍽이나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부나 선물 모두 돈이라는 매개체를 떠나서,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말이죠. 찬찬히 옛 친구와 만났던 시절도 떠 올려 보고, 함께 했던 추억도 떠올리다 보면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지어집니다. 꼭 선물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잘 지내냐는 문자나 전화 한 통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건 휴대폰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떠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자 나름의 삶이 방식이니 인정합니다만,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보기 전에 옛 친구에게 안부 문자 하나 보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무런 답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뭐 그 친구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말면 되는 거니까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마음뿐이잖아요. 어떤 선한 행동을 하기까지의 마음만으로도 이미 결과와 상관없이 내 마음의 키가 한 뼘 자라난 것일 테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좋은 마음을 내는 것은 본인의 마음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만 홀로 행복한 삶이 어려운 이유이지요. 그러니 나의 행복과 더불어 다른 누군가도 내 작은 마음으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살짝 덜어 보시지요. 내게서 출발한 좋은 마음과 다른 이들의 좋은 마음이 서로 어우러 지면 세상이 조금은 더 낭만이 있는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복잡한 셈법과 여러 핑계 대신 그냥 눈 감고 정기후원을 시작해 보세요. 단돈 만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니면 소원했던 옛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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