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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pr 19. 2024

[職四] 우연한 선택의 결과

직장인의 사계 - 여름 [중국어 학습이라는 선택으로 새로운 길을 열다]

  제 직장 커리어를 곰곰 복기해 보니 해외영업을  5년 정도 했고, 중국 주재원 생활을 4년 정도 했으니 거의 반 정도는 해외 거래선과 소통을 하며 일을 해 왔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국어 사용비율이 더 높은 것 같네요. 영어야 뭐 오랜 시간 배우기도 했고 이런저런 기회로 사용할 일이 많았으니 비즈니스 할 정도의 수준은 되어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는 별도로 배우지 않고서야 회화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배운 계기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그 당시 종로와 가까운 곳에 사무실이 위치했고, 회사에서 마침 외국어 학습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 준다기에 2년여를 매일아침 학원으로 출근했습니다. 뭔 놈의 바람이 불어서인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숙제도 꼬박꼬박 성실하게 했고, 시험도 잘 봤습니다. 회화반이라 선생님 포함 6명 정도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얘기하는 방식의 수업이어서 게으를 틈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중국어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중국어 지식을 짜내어 대화를 끌어 가곤 했었습니다. 외근 갈 때는 강의 내용을 녹음해서 두 번도 듣고 세 번도 들었습니다. 늘 듣던 컬투쇼나 대중가요 대신 다소 어색한, 녹음된 제 목소리와 함께 공부했던 분들의 목소리가 담긴 그 테이프를 참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렇게 배워두고 아무런 쓸모를 찾지 못하던 중국어를 보직이 바뀌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출장이 잦아지면서 실력도 급성장을 했구요. 그렇게 중국어, 중국인들과 인연을 맺어 놓은 결과 결국 중국 주재원 생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한 선택으로 인한 여정인 것 같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하지 못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요. 철없이 중국어 학원을 다니겠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당신은 해외수출 보직이 아니니 지원이 어렵습니다'라고만 했어도 지금처럼 중국 사람과 편하게 소통하는 정도가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삶은 여러 우연들이 겹쳐져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뜻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진짜 없습니다. 되는 것 같아도 어찌 보면 안 된 것 같고, 안 된 것 같은데 또 어찌 보면 된 것 같기도 한 게 우리네 삶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 불행하다고 느껴지시는 일에도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고, 그 뭣 같은 일이 나를 어딘가 근사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시면 속이 좀 덜 쓰리지 않을까요.


  제가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자체로 제 삶은 중국생활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줬습니다. 지금도 중국어와 상관없는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만 갑작스러운 수출팀장의 퇴사로 제가 그 자리를 겸직하게 되었으니 또다시 중국인들과 소통해야 할 것 같네요. 가성비 참 좋습니다. 저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중국 사람들과 편하게 제 의사를 전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경까지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우리 조급해하지 말자구요. 그냥 하루하루 좋은 생각, 좋은 선택, 좋은 말들을 하며 지내다 보면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어느새 근사한 내가 되어 근사한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하루하루의 행복의 합이 결국 인생에서의 행복의 총량이니까요.


  자 그러니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다소 엉뚱한 선택을 해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삶이 조금은 더 다채롭고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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