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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09. 2024

[職四]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직장인의 사계 - 겨울[MZ라는 이름으로 조장된 세대 갈등]

  우선 도대체 '요즘 애들'이란 어떤 애들인지 알아보고 시작해 봐야겠네요. 통상적인 세대 구분을 보면 1950년 중반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65년에서 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이비 부머, 75년에서 84년 사이에 태어난 'X 세대', 85년에서 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97년에서 201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 마지막으로 2017년 이후 세대들을 골드베이비 세대로 나뉩니다. 저희가 직장에서 보는 사람들은 위로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아래로는 MZ 세대로 그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유독 MZ라는 말이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는데요, 아무래도 개성이 강하고 기성세대와는 추구하는 가치가 많이 많이 다르다는 의미로 분류를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 MZ 팀원들과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업무를 배분해 주기도 하고, 보고를 받기도 하고, 때론 회식도 함께 합니다. 물론 점심식사는 매우 잦은 빈도로 같이 하구요. 제가 함께 생활하는 이 MZ 친구들은 과연 정말 버릇이 없을까요? 케바케이긴 하지만 솔직히 쉽사리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사람이 함께 지내는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바로 소통입니다.


  말이 통하면 스펙터클한 사건은 생기지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면 팀장은 팀원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난리를 치고, 팀원은 지시받은 대로 했다고 항변합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요? 둘 다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습니다. 세상사에 절대적으로 한쪽이 옳거나 그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물며 기본적으로 회사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대뜸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직장인'이라는 다소 불편한 옷을 입고 있기에 츄리닝을 입을 때처럼 쉽게 행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다른 세대와 삐그덕 거린다면 우선 본인을 둘러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문제의 원인은 본인에게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도무지 원인을 찾지 못하겠다면 믿을만한 주변 동료들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과한 부분은 없었는지 뭔가 막혀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봐야 합니다. 살펴보는 과정을 굳이 겪어야 하냐구요? 회사라는 곳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용을 창출하는 곳입니다. 그러니 우리 버릇없어 보이는 MZ들도 회사 입장에서는 훌륭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제가 뭐라고 그 자산을 함부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함께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요즘 MZ를 대표하는 단어가 세 가지가 있지요. 제가요? 이걸요? 왜요? 어느덧 MZ 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 단어들을 가지고 그들과의 소통에 관하여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요? 

  어감이야 다르겠지만 이 질문은 크게 두 가지 뜻을 내포할 수 있겠네요. 첫째는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이고 두 번째는 '제가 이걸 왜 해야 하나요' 정도가 되겠네요. 

  첫째 '제가요'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업무를 배분하는 입장이시라면 '누가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기본적인 틀인 소위 와꾸를 잡아 주시고, 완성도가 낮더라도 우선 작업해보고 단기간 안에 서로 피드백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지면 비교적 쉽게 뜻을 합할 수 있습니다. 업무를 받으시는 입장이시라면 다소 버거워 보이더라도 '이런 일들이 드디어 내게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뻐하시면 됩니다. 조직에서 한 뼘 성장하셨다고 보셔도 되고요. 드디어 나도 역할을 하는구나라고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걸요?

  이 질문도 사실 '제가요'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본인의 R&R에 맞는지를 묻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우선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의사표현이 확실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뒤끝이 없는 그런 솔직한 표현이 좋습니다. 서로 오해가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머리가 야물지 못한 기성세대에게는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인가'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기성세대이신 분들은 잘 생각해 봐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과연 직장생활을 막 시작하던 시절의 나는 어땠는가? 여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표현만 다르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속으로 얘기하던 걸 요즘 친구들은 솔직히 표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요?

  사실 이 질문은 그동안 간과되어 왔지만 사실 일을 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왜 일하는가'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이 질문은 직장생활을 관통하며 지속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역할을 하는 질문입니다. 까라면 깠던 기존 세대의 업무 방식이 사실은 나이스하지 못한 방식이었던 거지, 일을 하면서 이 일이 회사 전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나는 그중의 어떤 파트를 맡고 있는 지를 알고 일을 하는 것은 일의 성과나, 일을 통한 배움 측면으로 봤을 때나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처럼,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하는 사람은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그저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작은 허들에도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서로 '왜'라는 부분에 합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본인이 일을 배분받은 입장이라면, 다만 조금은 부드럽게 '왜'를 묻는 게 좋겠지요. 서로 간의 예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사를 존경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으로서 존중은 해야 합니다. 그저 '왜요!'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정도로 순화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좀 더 쉬워질 것 같네요.


  이 세 가지 질문을 함에 있어 어떤 '배움의 자세'가 아니라 '배척의 자세'로 질문을 하는 저돌적인 MZ가 있다면 일단 그 이면의 숨은 뜻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떤 불만이 있어서 그런 건지, R&R이 적절하게 배분이 되어 있는지 우선 둘러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정말로 배분된 업무량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버거운 업무여서 그럴 수 도 있으니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진의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일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그런 분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시면 됩니다. 업무를 배분해 주는 분이라면 인사권을 행사하면 될 것이고, 업무를 받으시는 분인데 이런 태도를 가지고 계시다면 얼른 다른 일을 알아보시는 게 신상에 이롭습니다. 더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말이지요.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말은 공식 기록물로만 따져봐도 고대 그리스까지 올라간다고 하네요.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소위 '꼰대'라는 사람들도, '목소리 크기'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분들도 연세가 많은 분들이 확률적으로 많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입니다. 연식이 되신 분들에겐 언제나 젊은 세대의 사상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까요. 특히나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이 '다름'을 '틀림'으로 배우며 살았던 분들입니다. 획일화된 교육과, 가만있으면 중간은 가니 닥치고 하라는 대로 하라는 교육을 받아 오셔서 체화되어 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세대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나는 것은 그들이 경험한 세상이 다른 것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MZ라는 이름으로 특정 세대를 분류하여 마치 외계에서 온 친구들인 양 호들갑을 떨어서 영 보기가 안 좋습니다. 그냥 세대가 바뀌는 것이고 경험한 세상이 다르니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굳이 편을 나누고 갈라 치기를 하는 세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MZ세대 팀원들과 놀이공원으로 회식을 하러 가기도 하고 팀 업무 관련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워크숍도 함께 하곤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들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뿐  틀렸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도 물론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지만, 조금만 지나고 보면 저와 보는 각도가 조금 다를 뿐 근본적인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저를 보면 '꼰대 팀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 제가 맡은 역할이 그러하니 감수해야 할 부부인 것 같습니다. 돈을 받으며 일하는, 즉 나의 시간을 회사에 저당 잡힌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모든 걸 다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죠. 

 

  요즘애들은 늘 버릇이 없었습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늘 그래 왔습니다. 다만 그 버릇없던 애들이 자라서 또 그 기성세대가 되고 있으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이제 '세 살 버릇 열 살이면 바뀐다'로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X세대니, MZ세대니 묻지도 따지지 말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존중하며 지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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