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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27. 2024

[職變] 해외 근무의 장단점

직장생활의 변곡점 - [주재원 생활을 해보고 느낀 장점과 단점]

    우여곡절 끝에 상하이로 떠나 중국 현지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저희 회사의 중국 상하이 법인은 법인장 포함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 3명과 중국인 국정의  현채인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4년여의 짧은 기간이지만 제가 직접 겪었던 주재원 생활과, 주변에 교류하던 다른 회사 주재원, 혹은 현지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시다 개인사업으로 전환한 분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해외 주재원 생활의 장단점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본사 조직 대비 다소 헐거운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통상적으로 윗사람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본사대비 조직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분들이 많을수록 피곤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조직생활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두일(無頭日)'이라는 것이 있지요. 일부에선 '어린이날'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직속상관이 출장이나 휴가로 자리를 비운, 말 그대로 '머리가 없는 날'입니다. 보통 이런 날은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지기도 하고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대표님이 안 계시면 상무님 얼굴이 밝아지시는 걸 보면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우리네 직장인들에게는 '머리'가 없는 날이 좋은 것 같습니다. 



2. 본인이 속한 조직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지구는 예쁜 초록별이라고 하지만 해외 지사에서 보는 본사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잿빛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해외 주재원 근무를 하던 많은 분들이 임기를 마치고 복귀보다는 개인 사업을 시작하거나, 해당지역의 다른 회사에 현채인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뵙던, 저보다 10년여 먼저 주재원 생활을 하셨던 분들은 대부분 현재 현지에서 사업을 하시고 계셨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파견 나왔으나, 본사의 생활이나 향후 비전 등을 고려했을 때 들어 가느니 현지에 남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하셔서 결정하신 케이스였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나의 일, 회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직장인의 삶에 분명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3. 자녀가 있다면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첫째는 4년간 국제학교의 초등과정을, 둘째는 대략 2년 반 정도를 국제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사실 언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에서 열심히 영어 유치원 다니고, 학원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성적은 더 높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한국에 비해 다채롭고 지루하지 않아 보입니다. 학교에 수영장 등의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여러 국적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과 교류를 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는 글로벌 놀이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이 포함된 자녀의 경우는 국내 대학에 특례라는 다소 경쟁이 낮은 방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검토가 가능한 사안입니다. 



4.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저같이 한국에 자가가 있는 경우라면 한국의 집은 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사는 지역, 즉 지원 액수가 다르기는 하지만 주거비를 회사에서 부담해 줍니다.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다면 주거비만큼 경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집이 없더라도 한국에서 부담해야 할 전세, 월세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재수당이라는 항목으로 별도의 급여지원을 해주니 이 또한 잘 관리하면 여유자금으로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복리후생에 관한 기준이 다르므로 모두 같지는 않으니 미리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5. 현지생활을 통해 그 나라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주 다녀도 출장으로 다니는 것과 현지에 체류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과, 출장을 마쳐도 귀국이 아닌 현지인들과 계속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특히나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일종의 문화충격을 느끼려거든 현지에서 살아봐야 합니다. 관광객, 즉 객으로서 겪는 그들의 문화와 그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사람으로 느끼는 문화는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 장점만 이리 많다면 여전히 주재원의 인기가 드높을 터인데, 요즘은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인사팀의 얘기를 들어 보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해외 주재원 생활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회사에서 성장하는 엘리트 코스로 불리기도 했다면 요즘 세대에겐 굳이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굳이 여러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한다고 하네요. 그럼 무엇이 불편한 지,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독보적인 1위는 경력단절입니다. 


    저도 중국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돌아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일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에 근무하던 자리엔 이미 다른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과장에 나와서 차장이 되었으니 머리만 커진지라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 일에 투입하기도 애매합니다. 누군가 끌어주거나 신경 써주지 않으면 연관 없는 부서나, 한직에 배치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소위 윗사람의 눈에 자주 뜨이지 않기 때문에 좋은 자리가 있어도 노미조차 되지 않습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입니다.



2. 회사에 관한 정보의 단절입니다.


   본사에 있으면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최근 회사의 동향과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를 어렵지 않게 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어,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본사와 엇박자 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뒷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성향상 이럴 경우 여러 사람이 '철없다'라는 마일드한 표현으로 조리돌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내가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엉뚱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생활상의 기본적인 불편입니다. 

    저 포함, 모든 가족이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생활상의 불편함이 많습니다. 단순하게 병원 가는 일부터 해당 국가에서 거주 권한을 얻기 위한 복잡한 절차 등 예상치 못한 귀찮은 일들이 생겨납니다. 아무리 현지 국가의 언어를 잘한다고 해도 생활을 위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들어가면 많이 피곤해집니다. 집 문제니 아이들 학교 문제까지 본인이 다 챙겨야 하니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가 심할 수 도 있습니다. 주말에 어디라도 가려고 해도 한국에서 보다야 신경 쓸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니까요. 치안이 워낙 좋은 한국에서 살다 보면 외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만, 저는 그래도 직장생활을 지속한다면 한 번 정도, 5년 내외의 해외지사 근무 경험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과,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삶을 관통하는 질문들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러니 언제고 한 번쯤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는 건 어떨는지요. 결국 늘 배우는 사람이 언제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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