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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四] 윗사람도 아랫사람 눈치를 본다

직장인의 사계 - 겨울 (서로서로 눈치 보는 직장인들)

by 등대지기

회사의 중간관리자를 넘어 관리자급인 팀장이 되고 보니 여러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건 예전보다 아랫사람들 눈치를 보는 횟수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직장생활이 기존 가치를 알려 주고 행동방식을 지시하면 따르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긴 설명과 공감대 형성이 되어야 이끌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까라면 까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사실 팀장도 많이 외롭습니다. 동료 팀장들이 있지만, 늘 몸 담고 일하는 공간에서 팀장과 팀원이라는 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보니 예전에 친하던 후배들과도 편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팀원으로 편히 살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 외로운 영혼에게 관심 한 스푼 주시면 됩니다. 저도 팀원들을 보면 어렴풋이 파악이 됩니다. 여우 같기는 하지만 이따금씩 '옛다'하며 관심을 던져주는 친구와, 일은 우직하게 잘 하지만 도통 팀장에게 관심 없는 곰친구도 있습니다. 같은 능력이라면 아무래도 여우에게 더 정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인사평가 툴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이 개입하기에, 그 관계를 기반해서 모든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건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솔직히 코드가 맞지 않는 친구보다는 말이 통하고 상사의 기분도 어느 정도 맞춰 줄 수 있는 친구가 언제든 환영받는 법입니다. 그러니 모든 인사가 결국 코드인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아시겠지만 회사는 팀원의 이야기보다 팀장의 이야기를 더 신뢰합니다. 그 사람의 능력을 떠나, 그 사람을 팀장으로 선발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그렇습니다.


그런데 팀장도 결국 팀원이 성과를 내줘야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요. 그러니 당연히 팀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생관계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팀장이 부당하게 대우해도 어디 얘기할 곳도 없고 이단아로 찍혀 봐야 조직생활만 힘들어 지기에 갑을 관계가 명확했습니다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요. 팀장의 무능함을 폭로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의 소통창구가 생겼기에 예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소위 '을질'이란 말도 생길 정도로 갑을 관계가 불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그룹 교육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MZ 팀원과 공생하는 법' 정도의 제목이 붙었던 강연이었습니다. 내일 연차를 쓰시겠다는 팀원과의 모범 대화를 알려주는 파트였습니다.


우리 팀원 : '내일 연차 좀 써도 될까요?'

오답 팀장 : '갑자기?', '무슨 일인데?', '어디 가니?'

정답 팀장 :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이 문답만 봐도 요즘 직장생활의 관계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직도 자유롭고, 전보다 이직에 대한 시선도 많이 나아진 요즘, 그나마라도 있는 인적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은 팀장에게 주어진 임무중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팀장들도 '인적 자원님들'을 잘 관리하려 늘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뭐 드릴 팁은 딱히 없습니다. 모두 각자 입장이 다르고, 팀장은 팀장대로 팀원은 팀원대로의 고민들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직장도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마음을 조금만 열면 서로 지내기가 조금은 덜 팍팍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옆에 앉은 윗분들도 여러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심하게 대하면 삐지기도 하고 상처도 받을 수 있으니 조금은 살살 다뤄 주세요. 그분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고 가족이니 말이죠.


측은지심이 가장 필요한 시대가 딱 지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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