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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四] 롱런하는 직장인이란

직장인의 사계 - 겨울 (오래 살아남기 위해 키워야할 능력들)

by 등대지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이런 얘기를 한 번 정도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우리네 직장인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생활을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오늘은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몸으로 깨달은 직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키워야할 능력들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첫 번째 필요한 능력은 '유연성'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황이 자주 바뀝니다. 아주 가벼운 변화는 선배나 주변 동료의 변화로부터 M&A 등에 의해서 회사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는 커다란 변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른 대처 자세도 변해야 합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옛것을 고수'하는 것입니다. 옛것이 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고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옛것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잘 적용하면 유연한 대처가 되겠지만, 옛것만 고수하는 건 경직된 대처 방법이므로 그 끝이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상황 논리에 맞춰 내 마음가짐을 다시금 세팅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두 번째 능력은 '좋은 인맥 쌓기'입니다.


직장 내에서 인맥 관리는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직장 내의 모든 일은 사람 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타 부서의 협조를 요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대화라도 나눠 본 사람과 업무를 하는 것과 생판 모르는 사람과 업무를 진행하는 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 내에 규정이 있다 허더라도 모든 세부사항이 정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필히 '사람의 영역'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인맥이 필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러니 '좋은' 인맥을 평상시에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좋은 인맥이란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돕는 관계입니다. 그럼 '좋지 않은' 인맥이란 무엇일까요. 가장 좋은 예가 '뒷담화' 인맥입니다. 사내 온갖 지저분한 가십을 퍼다 나르며 윗사람 옆사람 욕을 하는 집단과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말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뒷말이라는 화살은 결국 돌고 돌아 내 등에 꽂힐 확률이 높습니다.


예전에는 선배들 쫓아다니면서 인맥을 넓혔기에, 술 잘 먹고 싹싹한 후배가 회사 내에서 소위 인싸가 되어 잘 나갈 가능성이 높았다면, 요즘은 그런 자리 자체가 많이 줄었기에 새로운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내 동호회 활동이 좋습니다. 다른 사업부 인원들과 공통의 취미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만큼 가성비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사내에 동호회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대안을 찾아야겠지요.

가장 훌륭한 대안이 평상시 '싹싹하게 인사 잘하고 다니기'입니다. 인사를 잘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 내에서 내 평판을 망가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는 고고한 태도입니다. 그러니 늘 과하지 않게 서로 간에 예의를 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은 '위기관리 능력'입니다.


구조조정이 올 수도 있고 부서 이동이나 업무 실수로 인한 위기 등 상황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옵니다. 조직은 유기체입니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 직장생활을 위협하는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절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입니다.

저희 사업부에도 얼마 전에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방 근무를 하던 한 과장 친구에게 안타까운 일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조직 운영상 이 친구가 서울에서 근무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늘이 노래지기도 하고 막막해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갑자기 신변에 변화가 생기니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절대로 이 감정을 회사 측에 편하게 던지시면 안 됩니다. 가족과도 상의해야 하니 잠시만 말미를 주십사 정중히 얘기하고 그 자리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과장님께서는 무슨 생각이신지 날이 선 목소리로 '그럼 육아휴직 쓰겠다'라며 엉뚱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한 회사의 반응은 명료합니다. '아 이 사람은 회사에 대한 태도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물론 육아휴직은 아이가 있는 누구에게나 보장된 당연한 권리입니다. 다만 그 존엄한 권리를 사용하는 절차가 이렇게 감정적이라면 회사로부터 걸러지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모든 위기라고 생각되는 상황에는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조직에 필요한 인재인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 봐야 합니다. 답변이 부정적이라면 부서 이동 같은 적극적 방법으로 리셋하고 다시 빌드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자신의 태도라도 분명히 바꿔야 합니다.




오늘은 직장 내 롱런을 위해 키워야 할 능력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모든 분들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라면 기본 원리는 유사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길게 보고, 쓸데없는 뒷담화 모임은 멀리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내면 빠른 시일 내에 쫓겨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위기'라고 여길 상황이 왔다는 건 자신을 한 번 돌아보라는 신호임을 인지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대처를 잘 못하면 나락을 떨어지기 쉬우니 말이지요.

모든 분들의 직장생활에 평화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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