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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l 15. 2024

[職苦] 팀장님! 고민 있어요!

팀장님의 부당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리님의 사연

    "팀장님! 고민 있어요!"


    20대 여성분이시며 팀원인 분께서 이런 고민상담을 해 왔습니다. 


    "저는 평소 저희 팀장님께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해서 제대로 얘기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불이익을 받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여러 후배님들이 제게 고민상담을 해 오곤 합니다. 책 추천을 해달라는 요청도 많아 사내에 독서동호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후배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제게 늘 고마운 일입니다. 일과는 별개로(일을 할 때 저는 아주 저돌적이기도 하고 깐깐하기도 합니다)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고민이나 개인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얘기를 해주는 후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해 봅니다. 


    이번 사연을 주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퍼뜩 톨스토이 님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 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후회하는 일이 훨씬 많다.' 


    말이란 건 훌륭한 소통방식이긴 하지만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아주 무서운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 입을 떠나 버리면 끝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잠시 뜸을 들여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 사이라면 주워 담을 수도 있고 오해를 풀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엄연한 계급사회입니다. 아무리 평등한 조직을 추구해도 인사권자는 있으며, 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회사에서의 대화는 늘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말에 대한 기본 컨셉은 확인했으니 사연으로 돌아가 볼까요. 제가 이 분에게 드린 가이드는 아주 간단합니다.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잘했네요. 바로 따박따박 따지고 옳고 그름을 가리고 팀장의 부당한 대우를 지적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태도는 이론상 훌륭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즉시 대처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나 조차도 정제되지 못하고 말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고, 팀장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요. 팀장도 인간입니다. 그러니 실수를 할 수밖에 없지요. 특히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자 그러니 잠시 시간을 가져 보세요.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은근히 다가가서 알려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절대 따지면 안 됩니다. 그분께 알려 드리는 거예요. 그것도 대놓고 따지고 드리는 게 아니라 냄새만 풍기는 수준으로 말이지요. 


    "팀장님의 그 당시 조치에 잠시 서운한 맘이 좀 들었습니다. 부당한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소견이 짧았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말을 많이 한다고 더 알아주고 말을 적게 한다고 안 알아주는 게 아닙니다. 어투나 태도 내용 어느 하나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늘 말씀드립니다만, 굳이 애써가며 인사권자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나쁜 윗분들도 많다고 합니다만, 그러면 더더욱이나 본인이 부당함을 호소한다고 해서 그분이 받아들이 가능성은 더욱 낮습니다. 굳이 힘 뺄 필요 있을까요? 


    직장인은 직장과 공생관계입니다. Give and Take 관계죠. 그러니 줄 거 주고받을 거 받으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성장하는 건 덤이구요. 그러니 영리하게 살아야 합니다. 영리한 게 꼭 재수 없고 약삭빠른 옆자리의 밉상 김대리를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조금은 영리하게 소나기는 피해 가며 슬기롭게 지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러분 모두의 직장생활에 한 줄기 낭만이 깃들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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