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등대지기 Aug 06. 2024

[職變] 운 좋게 허방에 빠지지 않다

직장생활의 변곡점 - 4년여 파견근무의 마지막 장면

지금 여기는 : 1년 차,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현재  


Previous story : 중국으로 파견 근무를 갔는데 직속상관과 맞지 않아 방황하다 할 일도 없기에 책을 통한 배움의 세계로 풍덩! 대략 1년간 100여 권의 책을 탐독. 하지만 또 다른 유혹에 빠져 잠시 헤매임.




    일을 하려 하는데 못 하게 하는 그 상황이 그냥 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투자로 돈을 벌어 이 더러운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전이었기에 그 당시의 저는 일을 대하는 자세가 올곧지는 못했습니다. 직장을 '성장하는 곳'이라기보다는 '한 달 단위로 수금하는 곳' 정도로 여기고 살던 시절이었으니 어쩌면 일하면서 부딪히고 생채기 나는 일들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책을 통해 뵌 선배님들의 가르침은 삶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고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삶, 그 과정에서 나오는 통속적 결과물들을 나누는 삶으로 수렴이 되었습니다. 제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았습니다. 과연 나는 저 중에서 무엇 하나라도 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도무지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마주했을 때처럼 꽉 막힌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정리하고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조금은 나아진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움도 덜 해지고, 분노도 많이 사그라들고, 나름의 희망도 품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또다시 제 삶에 시련이 닥쳐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배우다 보니 헛바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의 복귀를 1년여 앞둔 어느 시점, 그 당시 저를 사로잡았던 서양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를 보며, 제 안의 위대함(?)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대뜸 이런 선언을 하였습니다. '본사로 복귀해서 다시금 수동적인 노예로서의 삶을 살지 않겠다'라고 말이지요. 어찌하여 그런 엉뚱한 결론에 봉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 배움의 정도가 충분하지 못한 데 너무 급히 많은 것들을 집어넣다 보니 연산 오류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반년 가까이를 저 자신의 일을 찾아 헤매다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경로를 수정합니다. 다시 본사로 돌아가기로 말이지요. 와이프의 걱정과 부모님을 자주 못 뵙는다는 등의 비겁한 변명을 댔지만 사실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억지로라도 시작할 수야 있었겠지만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줍지 않은 저의 삽질을 막아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떤 사명감도 없이 그저 본사의 답답한 생활을 피하기 위해 택한 길이었으니 당연히 제대로 될 리 만무했을 겁니다. 혹여 잘 되었더라도 오히려 제 삶을 망쳐 놓을 '건방병'에 다시 빠지게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다시금 함정을 피했습니다.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건방이 치솟으려 할 때, 조금은 갈고닦았던 제 본성이 큰 사고를 피하도록 개입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저만의 삶을 꾸리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슬펐습니다. 공식적으로 본사 복귀를 선언하고 나서는 이내 알콜 속으로 풍덩 다이빙을 했습니다. 도무지 위인지 아래인지 모를 그 심연의 공간으로 제 몸과 마음을 던져 놓고는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중국 상해에서의 4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본사에서 근무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職四] 나는 과연 떳떳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