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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ug 08. 2024

[職四] 신입사원 면접을 보며

직장인의 사계 - 봄 (신입사원 면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도다)

    중국 근무시절에도 팀장직을 수행하며 면접을 본 경험은 있었습니다만 중국인을 대상으로 했고, 경력직 면접이었기에 지금 보고 있는 신입사원 면접과는 사뭇 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지속적으로 신입사원 면접의 기회가 있었는데 최근 면접을 본 내용을 바탕으로 면접에서 적어도 저평가는 받지 않을 방법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요 면접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자기소개'에 대한 답변

    활동들이 화려합니다. 참가자 모두 성실히 준비해 온 티가 납니다. 여기서 준비가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쉽게 걸러지겠지요. 자기소개는 대회에 나갈 자격시험이라 생각하고 충실하게 준비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2. '스트레스 해소방법'에 대한 답변

    친구들을 만난다고도 하고 운동을 한다고도 합니다. 모두 적절하게 잘 답변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너무 길지 않게 대답해 주어서 지체되지 않고 좋았습니다. 굳이 길게 대답한다고 해서 점수가 높지는 않습니다.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만 해주면 오케이입니다. 

     

3. '태어난 기준으로 MZ인데 사회에서 말하는 MZ와 본인의 싱크로율은?'에 대한 답변

    20%~40% 정도에서 답변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답변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대가 흘러감에 따라 가치가 바뀌기 때문에 적어도 50%는 넘어야 정상적인 또래 생활을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맘에 들었기에 '귀여운 거짓말'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본인은 친구들 사이에서 '꼰대'로 불린다는 지원자의 대답을 듣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참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뉴스상에서 꼰대가 어쩌고 할 때는 댓글에 우리 사무실에도 이런 꼰대가 있다고 하는 둥 성토의 글들이 대부분인데 신입사원 면접에서 '예비꼰대'들이 이리 많은 걸 보니 '똘아이 보존의 법칙(어느 조직에나 똘아이가 꼭  한 명은 있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도 조직 내에 똘아이가 없다면? 그렇다. 바로 본인이 똘아이다!) '처럼 '꼰대 보존의 법칙'도 곧 만들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4. 입사지원한 회사에 면접 오면서 받은 회사에 대한 느낌'에 대한 답변

    회사가 너무 깔끔하고 좋다고 다들 칭찬일색입니다. 건물도 좋고 인테리어도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네요. 이 친구들이 아직 다른 회사를 많이 안 가 본 것 같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라면 드라마 속의 사무실까지는 아니지만 더 깔끔한 곳이 훨씬 많은데 말이지요. 그래도 '정말 구려요'라는 뼈를 때리는 팩폭보다 듣기는 좋습니다. 소신을 가지고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서로 너무 초면이잖아요. 소개팅에서 처음 본 상대방의 뼈를 때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시면 와닿으실 겁니다. "어머 정말 머리숱이 없으시네요. 호호호." 결과는 뻔하겠지요. 




    이 친구들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 제가 다 민망해졌습니다. 요즘 온 친구들의 이력서를 보면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에, 사내 학생회 활동, 온갖 아르바이트 및 인턴십 경력 등 정말 바람직한 대학생활을 해 온 것 같아 대견스럽습니다. 


   말들도 참 잘합니다. 아무리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당당하게 의견을 얘기하는 모습이 예뻐 보입니다. 일전에 MZ니 뭐니 호들갑 떨지 말라는 글을 썼던 것처럼 조금만 마음을 열면 참으로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다만 매 면접마다 모든 사람이 합격할 수는 없기에 늘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저는 사실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누군가를 평가하고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맘이 불편합니다. 과연 나는 저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질이 되는지가 의심스러워서 말이지요. 


    모든 게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는 부처님 말씀처럼 면접에서 떨어지고 하는 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니 말이지요.


    하지만 면접을 갈 때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건 어떤 특출 난 능력이 아닙니다. 어차피 입사해도 3년 이상 교육을 시켜야 소위 '사람을 만들어'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장 많이 보는 건 결국 '태도'입니다. 태도는 다른 말로 바꾸면 '좋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면접 자리일지라도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과 한 번 해보겠다는 투지가 보이는 사람에게 면접관은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친구가 대답을 하는데 목소리도 떨려오고 불안해 보입니다. 제 마음도 덩달아 불안해집니다. 제발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맘으로 조마조마하며 지켜봅니다. 다행히 큰 탈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자 슬며시 미소 지어 봅니다. 그 친구가 채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면접이라는 작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것만은 확실하니 대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면접 오신 모든 분들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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