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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苦] 팀장님! 고민 있어요

직장인의 고뇌 - TFT 팀장과 부딪히는 차장님께

by 등대지기

이번에는 40대 초반의 미혼이신 차장님의 질문입니다.


"도사님! 요즘 TFT 내에서 팀장과 자꾸 부딪혀서 화가 나기도 하고 일할 맛도 안 납니다.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낮은데 팀장이랍시고 지 맘대로 해서 화가 나요. 제가 엄연한 디자이너인데 디자인 관련해서는 제 얘기를 좀 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감각도 떨어지면서 엉뚱한 얘기 할 때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다른 팀으로 발령 내 달라고 요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 분은 저와 평상시 교류가 잦고 제가 반야심경에 심취하여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도사님'이라는 괴상한 칭호로 저를 부르곤 했습니다. 아직 미혼이시고 일에는 진심이라 일당백의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이십니다. 다만 본인은 죽을 둥 살 둥 일 하고 있는데 TFT 팀장의 서운한 말에 발끈해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이 일로 혼자 눈물을 쏟기도 했고 삶에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하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분께 드린 말씀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역지사지' 하나만 떠올려 보십사 말씀드렸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낮은 팀장은 얼마나 차장님이 어려울까요? 그 친구야 말로 차장님께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많을 거예요. 다른 팀원들도 있으니 마냥 어리광 피우며 차장님 말씀에 따를 수도 없었을 거고요. 그리고 차장님이 억울해하시는 부분의 기본은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어리석음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우기는 순간 세상살이는 피곤해집니다. '나도 틀릴 수 있다'를 10번 돼 내고 그 친구와 얘기해 보세요.

그리고 타인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나는 과연 타인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사람일까요? 많이 부족할 겁니다. 성장할 수 있게 돕고 하는 건 좋지만 꼭 내 맘대로 될 것이다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재미가 있는 겁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만 다 되었다면 너무 단조로워 삶을 내 던져 버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고민 상담을 하러 오셨으니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 얘기를 듣습니다. 가만히 듣다 보면 우리 차장님께서는 '나'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를 잊은 것 같습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나라는 건 어디에도 없다'까지 끌어 오지 않더라도 매일 보는 동료들이 결국 내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이지 않을까요. 거울을 맑게 닦아야 제 모습이 보이듯 우리네 마음도 맑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봄날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생동하는, 그래서 길을 걷기만 해도 좋은 날들입니다. 점심 식사 하시고 잠시라도 걸으면서 마음에 좋은 것들을 넣어 보시는 그런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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