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職四] 조문을 다녀오며

직장인의 사계(겨울) - 대선배님의 모친상 조문을 다녀오며 느낀 단상

by 등대지기

어제 외부 미팅이 한창일 때 부고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미 퇴직하셨지만 전무 자리까지 오르셨던, 평사원보다 임원을 오래 하셨던 대선배님의 모친상이었습니다. 직장인의 기본은 예의차리기 입니다. 사업부장님을 모시고 퇴근 무렵 빈소를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뵈었는데도 선배님은 여전히 짱짱하셨습니다. 연배도 많으시고 퇴직도 하셨지만 여전한 그 모습에 내심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속속들이 조문객이 도착합니다. 회사 생활이 워낙 기셨기에 OB분들이 많습니다. 연신 일어나서 인사하기 바쁩니다. 오랜만에 만나 뵈었는데도 여전하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짙은 분들도 있으십니다. 비슷한 연배시고 비슷한 기간의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의 모습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편안한 맘으로 식사를 하며 안부를 여쭤 봅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다들 잘 지내시는 모습에 맘이 편해집니다. 유독 얼굴이 어둡고 형색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 선배님도 계십니다. 그분을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이후에 저는 저런 모습으로 후배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직장에서 상무까지 하신 분들이면 한 칼이 있으셨을 텐데 뭐가 저분을 저렇게까지 추레하게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눈빛마저 총기를 잃었고 뭔가에 화가 난 듯한 눈빛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저도 직장인으로 늙어 가겠지요. 이미 회사 내에는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많고 말이지요. 다 같은 직장인인데 왜 직장인 졸업 이후가 다른 건지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삶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쩌다 얼굴이 어두워질 정도로 삶의 빛이 바랬는지. 우리네 직장인의 미래인 선배님들을 뵙고 여러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날씨는 시원하니 참 좋네요. 오늘 하루는 상쾌한 날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職四] 글쓰기를 게을리 한 자의 변(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