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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l 23. 2024

[職四] 출근길에 바람맞다.

직장인의 사계 - 봄 (정말 바람만 맞았는데, 맘이 후련해지다)

    어제 일찍 잠이 들어 그런지 다행히 4시 반 전후로 잠에서 깨었습니다. 물 마시고 유산균 먹는 기본적인 루틴을 마치고 책을 보기 시작합니다. 요즘 제가 새벽에 보는 책은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양문 출판사)'입니다. 영성가로 유명한 이 분의 책은 작년에 처음 접했습니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으로 나름 제게 큰 임팩트를 주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미리 접했기에 이후에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든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같은 인생 책들의 정수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은 늘 책을 불러 오지요. 좋은 책은 더더군다나 좋은 친구를 데리고 옵니다. 그렇게 집에 '에크하르트 톨레'님의 책을 세 권 모셔다 놓았습니다. 


    최근 아내와 큰 아이의 갈등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한 바탕 난리를 치렀습니다. 제가 회사에 있을 때 일이어서 더욱 제가 개입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제 이 두 분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게 아닌가 싶어 많이 우울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을 펼쳐 놓고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에 살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말 단순한 삶의 법칙을 담담히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맞습니다. 살면서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제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음에도 깨닫지 못하고 끌탕하고 있었습니다. 자주 책을 읽다 보면 경이로울 때가 많습니다. 


제게 꼭 필요한 가르침들을 '옛다'하고 '툭' 하고 던져 놓고 가는 그 손길에 늘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를 살라고 합니다. 걱정 근심일랑 다 내 던져 놓고 말이지요.


    회사 앞에서 계단을 오르고 나니 비가 오고 그친 뒤의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바람을 맞아 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렇게 20여 분간 바람을 맞았습니다. 갑자기 입 꼬리가 올라갑니다. 약간은 미친놈 같이 혼자 괴상한 표정으로, 약간은 덜 익은 어그러진 웃음을 웃어 냅니다. 그러다 찡하니 코끝이 시려지면서 시야가 흐려집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대부분이 그렇게 순식간에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원래 없던 고민을 억지로 만들어 냈으니 알아차리기만 하면 사라지는 거겠지요.


    바람을 맞았더니, 바람의 손길을 느꼈더니 아침이 상쾌해졌습니다. 워낙 일찍 다니는 지라 회사에 와도 아직 여유가 많습니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 틈으로 넋을 놓은 사람처럼, 초점 없는 시선으로 서 있는 정신 나간 아저씨가 되어 그렇게 저는 잠시나마 현재를 느끼며 힐링을 했습니다.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바람의 시원함에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나을 것 같으리라는 즐거운 생각이 드네요. 


나가서 바람 한번 맞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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