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職四] 역피해의식 (Inverse Paranoid)

직장인의 사계 - 봄(모든 일은 나를 돕기 위해 일어난다! )

by 등대지기 Jan 20. 2025

역피해의식(Inverse Paranoid)

자신에게 무언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주어질 때,

오! 신이 내게 또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요즘 말로 '럭키 비키'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집 근처 시립도서관이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여 영 서운했었는데 자그마한 스마트 도서관을 남겨두고 갔습니다. 그날은 책 볼 맘이 들지 않아 그저 산책을 하고 있던 주말의 아침 녘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공기도 답답하고 영 책 고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보도 섀퍼의 '멘탈의 연금술'이라는 책을 골라 부랴부랴 그곳을 탈출했습니다. 


    요즘 뭔가 자꾸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도 다소 식은 것 같고 책 보고 공부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것 같아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삶을 기록한 다이어리의 내용을 봐도 밀도가 낮아진 것이 보였습니다. 게을러진 제 모습이 그대로 곳곳에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삶은 늘 제게 분발하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지치거나 삶에 좌절하고 있을 때면 정말 엉뚱한 기회를 통해 제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기도 하고 난관을 헤쳐나갈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더 풀어져서 완전히 녹아내리기 전에 그렇게 책을 통해 제게 가르침을 주곤 했었습니다. 


    다이어리에 꾹꾹 눌러 필기해 가며 80% 정도를 읽었습니다. 하루만 더 읽으면 완독입니다. 오랜만에 책에 푹 빠져서 적극적 독서를 한 것 같습니다. 눈으로만 하는 독서가 일반적 독서라면 책에 줄을 긋기도 하고 여백에 생각도 써보고 하며 공부하는 책 읽기가 적극적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책이 아닌지라 노트에 대신 쓰긴 했을 뿐 독서의 형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머리 싸매고 책을 읽었습니다.


    보도 섀퍼라는 저자의 책은 이미 두 권정도 봤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읽었던 오랜 책을 꺼내 보니 제가 열심히 읽었던 흔적들이 보여 잠시 행복해집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대략 2~3페이지 정도의 기억할 내용이 정리됩니다. 여러 책에서 발췌한 그 내용들을 1년에 한 번 정도 정리해서 또 2~3페이지의 기억할 것들이 정리되고요. 이제 정말 뼈에 새길 내용들만 남았습니다. 이 보물들은 휴대폰 메모장에 차곡차곡 저장해 둡니다. 화장실에 앉을 일이 생기거나 책 없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 훌륭한 한 권의 책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배움들을 삶에 조금씩 도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이 어제보다 나아졌다고 느껴지더군요. 다른 이와의 경쟁은 늘 생각할 변수가 많고 컨트롤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어제의 나와의 경쟁은 생각할 것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본인이 너무도 잘 알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뻔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나아가지 않는 것에 더 가깝겠네요. 피곤하거든요. 조금이라도 발전하려면. 그러니 편하게 편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 물론 어떤 삶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세상에 한 번 태어난 인생 태어났을 때보다는 좀 더 나아져서 돌아가는 것이 삶에 대한 도리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주변에 조금이나마 빛을 보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전 제게 늘 준비된 비상식량을 꺼내 먹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하루하루 어려운 문제들과의 씨름에서 물러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어려움은 저를 성장시키기 위한 장치임을 알기에 힘들고 지치더라도 꾸역꾸역 나아가 보려 합니다. 조금 늦더라도 버티고 버텨서 꼭 그 배움을 얻고야 말아야겠습니다. 


    오늘은 우주가 제게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한 상황을 만들어 줄지 기대가 됩니다. 좀 불편한 상황이 많았는데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닌 날 저녁, 잠들기 직전의 그 뿌듯함은 언제든 저를 따뜻한 잠자리로 이끌어 줍니다. 오늘 밤 잠자리도 포근하기를 고대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職四] 이 또한 지나가리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