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봄(나이와 무관한 직장 내 친구들)
회사 내에 부서를 넘어 나름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이 좀 있습니다. 많게는 20살 까지도 차이가 나고 적게는 5살 정도 어린 친구들입니다. 가끔 이 친구들과 점심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곤 합니다. 서로 다 생긴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다들 착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만나면 도무지 이바구가 끝이 나지 않습니다. 대여섯이 모이면 나이 차이는 다 더하면 백살도 넘지 싶은 친구들인데 말이지요.
어제도 어린 친구들과 촉촉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멤바를 짜다가 한 친구가 갑자기 빵꾸가 나서 급히 새로운 친구 한 명을 끼워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물건입니다. 집에 위스키를 80병 이상 보유한 술 전문가였습니다. 저는 주종을 가리지 않는 술 마시는 강아지 인지라 너무도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갑니다. 어떤 안주엔 어떤 술이 좋고 어떻게 마시면 술이 맛있고 어떤 술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술 얘기에 모두들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 이 모임의 공통점이 있긴 있습니다. 다들 주량이 만만치 않아 취하려면 어지간한 술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사내 동호회 얘기가 나옵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독서동호회' 얘기도 나왔습니다. 우연히도 저희 동호회 소개 글을 보고 최근에 가입한 친구가 바로 새로 등장한 '술전문가' 친구였습니다. 한동안 책 얘기를 해 봅니다. 좀 더 어린 나이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들 얘기를 한참 하다 보니 시간이 또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느새 2차 장소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원치 않는 회의 시간은 정말로 더디게 갑니다. 그런데 좋은 친구들과 한 잔 하는 자리의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자정이 넘어 자리가 마무리됩니다. 다들 못다 한 얘기는 다음에 하자며 헤어집니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말고 다음 술자리 날짜를 잡았습니다. 통통 튀는 21살의 저희 팀 막내가 알려준 '캘박'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다 같이 구글 캘린더에 캘박을 합니다.
벌써 다음 자리가 기대됩니다. 멤버야 조금 바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후배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저는 좋습니다. 늙다리 팀장하고도 친구 먹어준 어린 후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이런 자연스러운 만남들이 회사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눈빛만 주고받아도 편안해지는, 아무리 돈 벌기 위해 끌려 나온 직장이라도 이 정도의 낭만은 있어도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불금입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부터는 불금이라기보다는 그냥 쉬는 날 전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다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쉼표를 맞이한다는 마음에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모든 분들의 오늘 하루에 낭만이 깃드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