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봄 (주변을 돌아보며 다시금 함께)
1980년대에나 등장할 법한 계엄 선포로 나라가 온통 들썩이는 와중에 저는 어제저녁 문득 이런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내일 그럼 출근은 안 해도 되는 건가? 20년 차 직장인의 웃픈 현실이지요.
저희 회사에도 신임 대표님이 오시고 나서 온갖 것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고하는 스타일도 방식도 바뀌었고 특히나 가치판단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어서 기존에 하기로 했던 것들조차 모두 정지된 상태입니다. 새로운 분의 큰 골자는 '돈이 안 되면 무슨 이유로 하냐'입니다. 바로 극단적인 비용절감과 적자사업 정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직원들의 식사 관련된 것들까지도 절감의 대상으로 올라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립니다.
윤대통령이 선언한 계엄보다 회사에서는 대표의 방향설정이 더 파괴력이 큽니다.
우리네 힘없는 직장인은 까라면 까야지요. 무슨 용 빼는 재주 있겠습니까. 그저 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저 윗분도 결국 몇 년 계시다 가실 분이라는 걸 다시금 기억하며 발끝만 지켜보고 살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도 어둠에도 한 줄기 빛이 있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내부적으로는 더 단단하게 결집하게 마련입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내가 과거에 판단하고 분류했던 사람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세요. 뭔가 다른 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 저는 내심 '아니다'라고 판단했던 분과 대화를 시도해 보고 여러 의견을 나눠 봤습니다. 역시나 제가 생각한 게 다가 아니었으며, 제 판단은 제가 만든 머릿속의 허상들로 이루어진 너무도 불완전한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꺼내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충분히 들었고, 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싫은 사람, 나쁜 사람을 만들기 시작하면 나만 괴롭습니다. 싫은 놈은 자꾸 만나서 괴롭고,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 못해 괴롭다는 법구경의 말씀처럼 꼭 그렇게 되더라구요. 본인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이니 꼭 맞는 말입니다. 자신을 가두는 건 자신의 생각이니 말이지요.
마음가짐이 모든 끌탕을 잣아 냅니다.
마음만 바꾸면 지옥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생지옥으로 바로 입장할 수도 있는 게 사람입니다. 그러니 잠시 여유를 가지시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오늘은 평상시 친하지 않고 애매한 분에게 다가가 가벼운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본인과 비슷한 점 하나만 찾아내면 됩니다. 아무리 봐도 공통점이 없다면 다 같이 한 조직에 속해있다는 점만 발견해도 성공입니다. 누가 압니까. 그 가벼운 대화를 시작으로 멋진 친구를 얻을 수 있을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