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人] 열정보이 김선임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 팀원 면담(드디어 두발로 귀가!)

by 등대지기

팀원들 면담을 하면서 저도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다행스럽습니다. 그렇게 6명의 팀원과 면담한 내용을 정리해 보며 팀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하고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김선임입니다.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팀에 합류한 지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영업을 오래 해서 그런지 가끔은 오버스럽기도 하고, 또 가끔은 과잉충성(?)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제가 여러 차례 굳이 그러시지 말라 얘기했던 친구입니다.


면담 분위기는 그래도 기분 좋게 흘러갑니다. 사람은 개인으로 만나면 나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짝을 짓고 여럿이 모이게 되면 그때부터는 양상이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보면 모두들 나름의 선한 바탕이 드러나는 것 같아 저는 1대 1 대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인 사안의 면담이 끝나고 건의사항 없냐는 얘기에 아주 저돌적인 답변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은 저녁 먹으면서 팀원들과 같이 얘기하는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MZ와는 먼 꼰대스러운 건의를 하는 진지한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저는 나름 개인 시간을 존중해 주기 위해 팀원들과는 분기 1회 정도 전체 회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벤트성으로 대표님이나 상무님 모시고 팀 전체가 함께하는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저녁은 함께 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저의 헤아림이 부족했나 봅니다.

옳다구나 면담이 끝나고 팀원들과 모여 날짜를 잡았습니다. 두 번은 다소 부담스러우니 한 번은 점심시간 활용해서 캐주얼하게 식사하고, 한 번은 얼큰하게 쐬주 한잔 하면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절충안을 채택하였습니다. 후배들이 굳이 놀아 주시겠다는데 마다할 제가 아니지요.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는 무도가의 계율처럼 저를 초대하는 술자리라면 물러서지 않습니다.


좋은 얘기들만 하면 좋겠지만, 그럼 귀중한 개인 면담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나 고칠 부분은 꼭 이 시간을 통해 얘기하는 편입니다.

김선임에게는 술에 관한 얘기를 해줍니다.

이 친구가 술을 좋아하지만 주량이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 팀 구성후 가진 몇 번의 술자리를 보건대 과하게 달리고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 귀가하는 그다지 건전하지 못한 습관을 가지고 있더군요.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입니다. 술은 양껏 마셔도 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의 몫입니다. 집에는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시라 준엄하게 꾸짖습니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잘못하면 부모가 혼을 내야 하듯, 회사에서 팀원들이 잘 못된 행동을 하면 팀장이 알려주고 필요할 경우 호되게 혼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건강한 혼냄을 팀장이나 팀원 모두 선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닙니다. 그렇게 팀원들을 오냐오냐 키우면 어디 가서 사람 구실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 조직에 오래 붙어 있을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막자란 팀원은 어디 가든 쉽지 않습니다. 기본 태도 이기 때문에 짬밥이 적을 때 제대로 배워야 사람구실 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고쳐야 한다고 부탁(?) 말씀을 드리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면담이 끝나고 1주 정도 지나 차석인 곽책임에게 후일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김선임이 직장생활을 거의 8년을 했는데 아무도 술버릇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지적해 준 팀장이라네요. 그러면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공교롭게 같이 술을 마실 자리가 생겼습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니 김선임이 대뜸 제게 '잘못된 부분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넙죽 인사를 합니다. 거참 요즘 친구들답지 않게 예의 바른 친구입니다. 술자리를 마무리하면서도 오랜만에 두 발로 걸어서 귀가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까지 합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아직 선임이니 뜨겁게 자신을 태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가만히 지켜봅니다. 곧 아이를 가져야 하겠다기에 '담배부터 끊어라 이놈아'라고 또 한 번 꼰대짓을 해 봅니다. 이러나저러나 제가 꼰대인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선임이 건강한 중간 관리자로 성장하리라 기대하며 마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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