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 팀원 열전(묵묵히 일하는 수출팀 파트장!)
5월을 맞아 시작했던 팀원들과의 개인 면담은 제게 행복을 줍니다. 역시나 사람이 모여 있으면 자주 소통하고 얘기해야 서로 지내기가 수월합니다. 맏이인 곽차장에 이어 팀의 둘째인 수출파트의 파트장 역할을 하는 이책임 을 한 번 만나 보겠습니다.
저희가 처음 만나게 된 인연은 24년도 4월에 갑작스러운 수출팀장의 퇴사로 제가 수출팀을 겸직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회사에서는 팀장을 우스개 소리 삼아 이렇게 부르기도 합니다)가 갑자기 집을 나가 버려서 어수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린 두 남동생을 씩씩하게 건사하며 수출파트를 잘 관리해 준 듬직한 친구입니다. 30대 중반의 여성이지만 완숙한 노련미를 보여주기도 하는 백색의 한지가 떠오르는 친구입니다.
제가 처음 만났을 때는 다소 주눅이 들어 있었고 의사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점심식사 메뉴조차 잘 고르지 못했던 친구여서 처음엔 저도 다소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자유방임에 가까운 자율성을 주되 결과에 철저히 책임을 묻는 스타일입니다. 책임을 묻는다는 건 할 수 있었음에도 안 했을 경우에 가해지는 책임이지, 일이 잘 못 되었으니 당신 잘못이라고 하는 그런 류의 책임은 아닙니다. 후자의 책임은 리더들의 몫입니다. 위임, 즉 팀원들을 신뢰해서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온전히 신뢰한 리더의 몫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태만하거나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특히나 알고도 악의적으로 지키지 않았을 경우는 본인 책임이지요.
그래서 이 친구도 한 번 놀아보라고 판을 깔아 줘 봤습니다. 마음껏 의견도 내고 본인과 함께하는 후배들의 업무 관련해서도 자신 있게 추진해 보라고 말이지요. 처음엔 눈치를 봤는데 지금은 너무도 능숙하게 일 처리를 해냅니다. 특히나 주눅 들지 않고 뭐든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메뉴도 척척 잘 고릅니다. 제가 열심히 안착시키려 노력한 '심리적 안전감'이 아~~~~~~~주 조금이나마 형성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어떨 때는 가끔 제가 열폭하면서 누군가와 한 판 붙으려 하면 '팀장님!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며 저를 말려주는, 제 든든한 참모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떠나간 기존 팀장에게 잠시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 제가 받은 이 친구에 대한 피드백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맨날 휴가 갈 생각이나 하고, 스마트하게 일 처리도 못하고, 제대로 하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 기회 되면 보내도 무방할 듯하다."
개인적인 평가겠거니 했지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보는 법이지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색안경을 끼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팀장이 얘기한 것 과는 사뭇 다른 친구입니다. 팀장의 지시에는 힘들더라도 일단 부딪혀 보고, 그래도 어려우면 빠른 피드백을 주고 방향을 수정하는 아주 이상적인 스타일의 팀원입니다. 한 마디로 참 예쁜 후배입니다.
이 친구에게 하나 아쉬운 점은 능력에 비해 자신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뿐입니다. 다른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로 나름 준수한 인재이며, 이제는 과장을 넘어 차장급으로 가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필히 리더로서 역할을 맡아줘야 하는 데 말이지요. 자신 있게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주며 면담을 마무리합니다.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책임이 있어 저는 든든합니다. 늘 고맙구요. 직장에서 일하면서 늘 웃을 일만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날이 갈수록 웃음소리가 커지는 팀원들을 보면 기분이 퍽이나 좋습니다. 수출파트 저녁식사를 한 번 하자는 건의가 있어서 상의해 보고 알려 달라고 했더니 프로야구 관람을 가자고 합니다. 이런 저돌적인 제안을 저는 좋아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려거든 필히 열심히, 신명을 다해서 놀아야 된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그렇게 다음 주 금요일 잠실구장 티켓을 구했습니다. 벌써부터 야구장에서 함께 웃고 즐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지막으로, 꼰대처럼 시집가라는 말은 못 하겠고, 그래도 세상의 절반이 남자이니 남자친구는 좀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이책임 몰래 조심히 적어 보기만 합니다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