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四] 법인카드는 효자손이 아니다.

직장인의 사계 - 겨울(직장인들을 보며 느낀 법카에 대한 생각)

by 등대지기

직장인들 시즌 2가 나왔는데 재미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사실 지들이 무슨 직장생활을 안냐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싱크로율이 상당합니다.

물론 현실을 다 담을 수는 없고 방송의 특성상 과한 욕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 공감이 갔습니다. 제가 봤던 2편에 나온 '백부장님'의 말씀이 제게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에피소드가 짤막하게 이어지더니 이 분이 마지막에 멋지게 정리합니다.


'효자손도 등을 긁는 용도고 법인카드도 긁는 건 매한가지이지만, 법인카드는 효자손이 아니다'


정수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입니다. 저도 이미 법카를 사용한 지가 언 20년에 가까워지다 보니 주마등처럼 나는 그럼 떳떳한지 둘러보게 되더라구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의 비용으로 결제가 되는 법인카드라는 걸 받게 됩니다. '법카찬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장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혜택이 되기도 하지요. 식사를 하거나 차를 한 잔 할 수도 있고 용도만 확실하다면 근사한 저녁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


점심식사를 할 때 법카를 쓰면 개인 비용을 내는 것보다 30% 이상 높은 금액이 결제된다는 리포트가 있더라구요. 이게 사람 맘입니다.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편히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게 아니니 잘 안 보이고, 그러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지긴 쉬운 마법의 카드입니다.


MZ니 시절이 바뀌었느니 해도 사람 간에 기본적인 예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약속한 것들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지요. 법인카드를 받으면 본인 카드가 아니기에 부적절하게 긁는 건 사실 회사와의 약속을 어기는 겁니다. 이 정도쯤이야 하고 사소한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무뎌져 선을 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효자손 긁듯이 긁으면 안 된다는 백부장님의 말씀은 백 번 옳습니다.


잔인한 얘기지만 회사에서 사람을 내 보내려 할 때 보통 두 가지를 털어 댑니다.

첫 번째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고, 두 번째는 근태입니다.

두 항목 모두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한쪽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즉 꼬투리를 잡기 좋은 항목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직급에 되는 이에게 이런 방식을 들이대면 조직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의 모욕감을 주기에도 꽤나 좋은 방법이기도 하니 사측에서 좋아할 만한 항목들이지요.


그러니 늘 삼가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보통 아내가 권해주는 프로그램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고마울 정도로 유쾌한 프로를 권해줘서 고마운 맘입니다. 이번 법카 에피소드를 통해 저도 제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친이신 이여사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세상에 날로 먹는 건 없다'라는 말씀을 다시금 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이번 한 주도 속 편한 직장생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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