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봄(어디서건 나누면 더 큰 선물이 기다립니다.)
'남의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다'
저는 제 모친이신 이여사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이 문구를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남의 집이란 진짜 다른 사람의 집일 수도 있겠지만 거래처를 방문하거나 협력업체를 방문할 때 모두를 포함합니다.
갓 대리를 달고 안산, 인천 지역의 기업들에 영업을 다니던 때의 일입니다. 짬밥이 안 되는 지라 제가 맡은 업체는 작은 규모의 업체였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던 회사의 구매팀도 팀장님과 직원 두 분 정도로 구성된 단출한 팀이었습니다. 이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저는 이여사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가능하면 마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과자 몇 개 들고 갔습니다. 반응이 크진 않지만 다들 잘 드십니다. 이번엔 큰 맘먹고 피자를 한 번 사들고 가봤습니다. 인기 급상승입니다! 이제 구매팀뿐만 아니라 오가며 분위기를 보셨던 여러 부서의 분들이 들르십니다. 복날에는 수박과 함께 합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테이블에 오시고 제게 이런저런 질문도 해 주십니다. 더우면 아이스크림도 사가고 추우면 호빵도 사가 봅니다. 월 서너 번 방문을 했는데 알만한 분들은 제가 언제 오는지 넌지시 구매팀장님께 묻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그 회사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80%를 저희 회사 제품으로 바꾸었습니다. 소소한 간식의 힘이라고 하기엔 그 결과물이 과할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여사님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실천에 옮겼더니 이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주의 일입니다. 오랜만에 협력사 분을 찾아뵐 일이 있었습니다. 신규로 런칭하는 제품의 판매를 협의할 자리였고 굳이 갑을관계는 아니지만 저희 회사가 조금은 상위에 있는 그런 관계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여사님을 모친으로 보유한 사람입니다.
회사 근처의 고급 과자점에서 양갱을 준비합니다. 미팅이 끝나갈 무렵 양갱을 건네면서 '제가 시식해 봤는데 많이 달지 않고 고급스러운 맛인지라 한 번 잡숴 보시면 좋을 것 같아 데려 왔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봅니다. 감동 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놀라신 것 같습니다. 여러 회사 담당자들이 그렇게 많이 왔다 갔는데 처음으로 이런 걸 받아 본다고 하시더군요. 일단 기분이 좋습니다. 이후에 일의 진척도 뭐 굳이 나쁜 쪽으로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이렇게 협력사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이여사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더니 다들 놀라는 반응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저희 팀원들에게도 늘 예의를 갖추고 빈손으로 다니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삶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누군가를 만날 때는 굳이 빈손으로 가지는 마세요. 친구를 만날 때도 말이지요. 난데없는 장미 한 송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작은 사탕 하나도 좋은 분위기 잡기에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늘 무언가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고 뻔뻔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자기 걸 꽉 쥐고 있는 사람도 있지요. 여기서 분명한 건 먼저 베풀고 나누는 사람이 진정한 강자입니다. 큰 사람이구요. 그러니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눠보세요.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이라도 말이지요. 이렇게 쉽게 센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남는 장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