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겨울 (윗분들의 애꿎은 꾸중에 대처하는 방법)
일을 하다 보면 윗분께 좋지 않은 보고를 드려야 할 사안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고객사 품질 클레임으로 인하여 급히 관련 인원을 출장을 보내야 하고 처리 방안을 결정해야 하기에 부랴부랴 보고를 드리러 갔습니다.
기존에 유사 품질 이슈가 있었다는데 왜 보고하지 않았냐는 엉뚱한 질책이 날아왔습니다. 전결권한 확인 후 사업부 내에서 처리한 안건인지라 다소 억울한 면이 있었습니다. 에둘러 전결권한 등을 말씀드렸더니 역정을 내십니다. 허허. 이것 참. 회사 규정대로 했는데 좀 너무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럴 때 어찌하시겠습니까?
누군가는 대표님의 잘못을 지적해서, 전결권한 내에서 처리한 안건인데 무슨 문제가 되냐며 원칙주의자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규정상으로나 논리상으로는 하나도 틀리지 않은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요? 말을 아꼈습니다.
'유구무언'의 자세로, 요즘 말로 '할많하않'의 자세로 묵묵히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가끔 굵은 소리도 있었지만 정말 잠자코 들었습니다.
생산을 총괄하는 임원분께 전화해서 또 추궁을 시작하십니다.
언제 알았냐? 왜 보고 안 했냐?
답변이 궁색한 그 임원분은 생산팀장에게 들었는지 이번 클레임이 발생한 고객이 좀 까다롭다는 등의 얘기를 합니다. 일단 알았다며 통화는 종료.
드디어 타이밍이 왔습니다. 대표님도 이것저것 다 쏟아 낸 상태이니 말수가 부쩍 줄었습니다. 공격 개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조심히 꺼내 봅니다.
대표님! 공장에서 저렇게 나오는 건 뭐 어찌 보면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쟁사 제품들에선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데, 그 고객은 왜 그러냐고 하면 결국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무도 우리 회사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같이 해결책을 찾고 개선방안을 찾자는 거지 누군가를 비난할 의도는 없습니다.
분위기 반전 성공~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제 진심은 모두 보여 드렸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도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윗분께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심어 뒀으니 말이지요.
시간이 지나 여기저기 알아보시면 제가 그렇게 까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런 상황에서도 바득바득 개기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는 것과, 바람이 잔잔해 지자 다시 할 일을 하고자 했다는 것을 윗분들은 분명 알게 될 겁니다.
윗분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 없이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할 때 뒷맛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차라리 말을 좀 아끼고 꾸중을 들어줘야 상대편 기분이 풀립니다. 우스개 소리로 타격감이 있다는 말들을 합니다. 꾸중을 하면 꾸역꾸역 듣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나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칭찬의 표현입니다. 어느 정도 감정적인 정리가 된 상황에서 약간은 결연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그러니 템포를 조절하세요.
겨울님이 오시려는지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