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겨울(장기판의 말들은 그렇게 쉽게 옮겨지는구나.)
비가 무지 내리면 모두들 열심히 우산을 챙깁니다.
그럼 언제 우산을 가장 많이 잃어버릴까요?
바로 비가 오다 그친 직후입니다.
특히나 술자리라도 있는 날이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없어집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모가 다 하면 이동수가 생깁니다. 특히나 팀장급 정도가 되면 언제 던져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도 한참 아이템 개발을 하고 있는데 다시금 다른 자리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약간은 기대해 왔던, 자주 회자되던, 뭔가 좀 더 에너제틱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닌 맥 빠지고 스트레스받는 업무를 하는 부서로 배정받았습니다. 역시나 세상은 정해진 게 없는 마구 튀어 다니는 럭비공이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별로 생각지도 않던 부서의 팀장으로 이동하라고 명령을 받고 나니 일단 반발심이 올라옵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리도 쉽게 내친다고?
주변 사정을 보니 저는 그나마 나은 케이스입니다. 팀장 자리 나마 보전했으면 다행라고들 합니다. 팀장에서 물러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하니 말이지요. 갈수록 직장생활도 팍팍해집니다.
그래도 주어진 일입니다.
제게 인연이 닿아 주어진 일입니다.
그러니 다시금 끌어안고 사랑을 나눠야지요.
어렵겠지만 또다시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임무를 수행합니다.
곧 또 다른 문이 열릴 것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지금 열린 문으로 쑤욱 발을 들여놓습니다.
어차피 돌고 도는 인생 뭐 그리 큰 의미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약간의 서운함과 무시당한 듯한 느낌으로 한 주를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만나고 떠나고 모두 당연한 일이거늘
매년 비슷하건만, 겨울로 가는 이 문턱에서의 속앓이는 늘 쉽지 않습니다.
호된 감기를 앓아야 겨울을 온전히 날 수 있듯
온전한 오늘을 살기 위한 과정이겠거니 여기며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