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겨울(칼바람 부는 아침, 인사 시즌을 마무리하며)
이제 막 인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승진발표와 함께 조직 변동 내용이 함께 게시가 되는 순간을 기준으로 올해의 모든 인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네 직장인들은 가슴 졸이며 살아갑니다.
첫 번째는 다른 팀이나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전보는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서 이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사업부 내에서 팀 이동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할 경우 지방에 있는 공장이나 지사 등 원거리 근무지로의 이동일 때도 있습니다. 저희 팀 한 친구도 공장으로 발령을 받고 이틀간 안절부절못하며 뭐 마려운 사람처럼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면담을 하자고 하기에 만나봤더니 다행히도 마음을 잡고 다시 새로운 곳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일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제 조직에 있던 친구가 발령으로 인해 회사를 관둔다고 생각하니 맘이 안 좋았습니다. 이틀간의 상태를 보니 당장이라도 그만둘 기세인지라 저으기 신경이 쓰였습니다.
정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거나 심한 정서적 학대를 받는 경우가 아니고는 사실 조직에서 좋고 나쁨은 크게 없습니다. 어디서건 묵묵히 할 바를 다 해내는 사람은 언제고 자리를 잡아 옮겨 갑니다. 그런데 원치 않는, 소위 좋지 않은 자리로 밀려났다며 불평만 하고 볼썽사나운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들은 결국 머지않아 집으로 가게 됩니다.
회사는 내가 돈 내고 다니는 학교가 아니기에 사용자, 즉 회사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직도 훌륭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런 태도를 가지고 이직한 사람은 어디서건 직장에서의 평화를 얻기 힘듭니다.
지방에 근무하는 인원 중에 이미 그 지방에 가족들과 뿌리를 내린 친구들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본사 근무에 대해 물어봤더니 가족이 그곳에 있으니 본사 근무는 어렵다고, 발령이 나면 그만둬야 될 것 같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그런 의사를 표출하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발령 내면 그만 둘 겁니다라는 식의 생각은 상당히 건방진 생각입니다. 직장에서의 명을 단축하는 지름길입니다.
신이 인간을 망칠 때 '오만'을 심어준다고 합니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지만 그걸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건 자신의 한계를 확실히 드러내는 꼴입니다. 정말 상황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상황에 가서 이 회사와 인연이 다했음을 알고 그만두면 됩니다. 굳이 미리 명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음은 가장 안타까운 진급을 놓친 분들입니다.
진급이 되지 않아 낮부터 사라져 위로하고 위로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길면 일주일 정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갖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나를 어떻게 보기에 도대체 반 이상 하는 진급에서 나를 떨어뜨릴 수 있는가라며 괴로워하고 분노하는 시간은 그 정도가 좋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두가 진급하는 경우는 회사에 거의 없습니다. 경쟁률이라는 것이 있고 누군가는 진급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당연히 발생합니다.
당연히 일어나는 일들에 분노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분노를 표출할수록 진급과 멀어집니다.
바닥을 보인 사람을 회사는 곱게 보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회사입장인 것 같다구요? 맞습니다. 직장인은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알아야 현명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진급에 낙방했어도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성숙한 태도는 누가 봐도 저 사람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불평불만을 갖고 살아가면 '저러니 진급에 떨어지지'라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피할 수 있어도 피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때도 있습니다. 내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 나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구석으로 나를 몰아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조직은 냉정합니다. 돈 값을 하는 사람만 데리고 가는 것이 조직의 생리입니다. 그러니 직장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룰에 따르고 회사의 지시를 지혜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 하나 없어져도, 우리 부서 전체가 없어져도 회사는 잘만 돌아갑니다. 그러니 그 큰 틈바구니에서 인간스럽게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한 지혜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