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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n 10. 2024

[職四] 내 하루를 여는 기도문

직장인의 사계절 - 봄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생각하며)

등대지기의 기도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실 때 뜻하신 바와 같이 

제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오늘도 맡은 바 소임 다 할 수 있도록

제게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어 주소서.




    작성 시기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대략 2년여 전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라는 구본형 선생님 책의 수행과제로 만들어 봤던 기도문입니다. 아침에 기상할 때 읊조리며 제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소중한 문구입니다.


    언제부터인지 혼자 잘 사는 것보다 더불어 잘 사는 것의 가치에 관심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 즉 소명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 저 자신만의 호의호식을 위해 이곳 지구별로 여행을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분명 뭔가 선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기대로, 왜 왔는지와 왜 사는지를 고민하다 얻은 결론이 주변 사람들과 다 함께 잘 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회사에 몸이 메어 있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못하지만 맘속 한켠에 모셔둔 꿈은 나름 원대합니다. 초유기적 기업의 대표가 되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단군 할아버지의 홍익인간 이념을, 온 힘을 다해 실천하고 싶어 졌습니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로써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훨씬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믿음으로 삶을 재정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저는 '낭만 있는 직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작은 실천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한 가벼운 농담이나,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주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치우곤 합니다. 이제 막 회사에 온 친구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기도 하며, 기분을 상하게 할 법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기보다 잠시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행해지지 않는 일들입니다. 뭔가 거창한 것을 하기 위해 시작을 미루기보다는 작더라도 바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에 매일매일 작은 실천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사소하나마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구별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다면 제가 세상에 나와 먹어치운 밥값은 하고 가는 것 아니냐는 자기 위안을 해 봅니다. 




내 삶은 온전히 내 의지의 소산이다.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바뀌고

내가 지나간 자리에서 풍기는 향이 달라진다.

꽃향기를 남길지 똥냄새를 남길 지는 오직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지만

나와 내 미래는 바꿀 수 있음을 늘 마음에 새기고

그렇게 하루하루 실천하다 보면

언제고 지구별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그날이 와도

아쉬움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따뜻한 마음을 품고 팍팍한 삶 속으로 겅중겅중 걸어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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