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봄) -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로 채워진 임산부석을 보며
오늘 아침 지하철 출근길에 출근길에 만난 반가운 핑크메달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삶의 여유'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핑크 메달은 임산부임을 나타내는 표시지요. 출산장려를 위해 국가에서 만든 제도입니다. 지하철에는 이 분들을 위한 자리가 한 량에 2개씩 있습니다. 한 량에 통상적으로 54개의 좌석이 있으니 약 3.7%를 임산부들을 위해 준비해 둔 것입니다. 끝 간 데 없이 떨어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제도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잦은 빈도로 아무리 봐도 임산부가 아니실 것 같은 남자분이나, 이미 손자를 두셔야 할 것 같은 연세의 어르신들께서 이 핑크색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계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에 여유가 없어졌을까요.
동방예의지국은 차치하고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미풍양속의 문화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소위 상남자라던 한 회사 후배는 언젠가 왜 임산부석이 있어야 하냐며 역차별이라고 언성을 높이더군요. 너도 곧 결혼하고 아이 낳을 거면서 그게 그리도 불만이냐며 물었을 때 '그래도 세상이 불공평한 건 아니다'라고 하던 그 친구의 표정이 섬뜩했습니다. 그 친구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적대시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산부였던 어머니 없이 우리가 있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임산부가 없이는 가족이, 국가가 나아가 세상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지극히 우리 모두를 위한, 같이 살자는 마음입니다.
제발 삼류 정치꾼들의 갈라치기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녀로, 노소로 가르고 지역으로 가르는 여러 갈라치기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국민들을 이용하는 버러지 같은 놈들의 갈라치기에 넘어가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숫째 도둑놈들에게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집 임산부는 극히 귀하게 여기며, 다른 집 임산부는 나 몰라라 하는 건 분명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내가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야, 다른 이들도 나와 내 가족을 그렇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 황금률입니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이를 대접하라'
자신들은 존중받기를 바라며 남은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분명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후보로 제가 출마할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인이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바뀌어야 결국 세상은 나아집니다. 개인이 모인 집합체가 세상이니 말이지요.
그러니 내가 고되고 힘들어도 우리네 미래를 위해 아주 작은 여유 한 번 부려보는 건 어떨까요. 경제적 여유가 아닌, 마음 한편을 흔쾌히 내어 줄 수 있는 그런 잔잔한 여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