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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pr 30. 2024

[職四] 기사님들의 수인사를 보며

직장인의 사계 - 겨울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 사이의 매너]

  이따금씩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5 정거장 정도 이동하는 버스인지라 뒷문 근처 좌석에 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는데 반대 차선에서 같은 번호의 버스가 와서 내심 저도 반가워하고 있었지요. 그때 두 기사님께서 밝은 미소는 아니었지만 미소와 함께 긴장된 표정을 푸시면서 수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전에도 기사님들끼리 수인사하시는 걸 보면 늘 마음이 푸근해졌었는데, 날씨 탓인지 오늘은 유독 감동까지 느껴질 정도의 온기를 느껴지더군요. 


   직장에서도 사소한 매너로 인해 좋은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소하지만 거친 행동으로 짙은 똥냄새를 흩날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직장에서의 사소한 매너를 바꿔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부려 보는 건 어떨까요.




우선 '행동'입니다. 


  보통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이 진리는 유효합니다. 저는 회의실을 사용하고 나올 때 한 번 뒤를 돌아봅니다. 혹여 다음 사용하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을지, 혹여 놓고 가는 물건은 없을지 둘러보곤 합니다. 그런데 간혹 예약한 회의실에 들어설 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시다 만 음료는 방치되어 있고, 휴지 등 잡스러운 쓰레기를 치우지 않은 상황을 가끔 마주칩니다. 바른 매너를 갖춘 사람이라면 내가 들어왔을 때의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 놓고 떠나야 함은 기본이겠지요. 가끔은 화장실에서도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사무실에서는 지나치게 시끄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도 주변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같이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조금씩 양보하는 태도를 갖추는 게 매너의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유치원생도 지킬 행동들을 아직 배우지 못한 어른들이 있어 부끄러울 때가 있네요. 



다음은 '언어'입니다.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 할 도리가 있습니다.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는 언어에도 매너가 꼭 필요합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막말이나, 강도 높은 비난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뿜뿜 하는 윗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꼭 윗분들만 그럴까요? 아니지요. 이제 막 막내라는 타이틀을 벗어난 사람은 갓 들어온 막내에게 갑질을 합니다. 위로 갈수록 갑질을 할 대상이 많아지겠네요. 그러니 더 편하게 대합니다. 제가 모셨던 소위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사내에서 평가도 좋고 퍼포먼스도 잘 나오는 분들은 윗사람으로서의 모범을 잘 실천하셨던 분들입니다. 심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시고, 화가 나는 힘든 상황에서도 막말이나 쌍소리를 뱉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셨습니다. 사실 위아래가 없습니다. 그냥 먼저 들어온 선배분이니 예우해 드리는 것이고, 늦게 들어왔어도 존엄한 인간이니 존중하는 것이 상호 간의 예의, 즉 매너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이 기본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게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한 행동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깨닫고 배울 수 있도록 배려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늘 성찰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주장'입니다. 

  

  가끔씩 보면 나만 옳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마찬가지입니다만, 통상적으로 회사 내에 형성된 관계를 따져 본다면 윗분들이 더 자주 이런 행태를 보이시지요.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자아성찰'이 부족하셔서 그렇습니다. '내가 옳다'라는 생각에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싸울 일이 많이 생깁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특징은 굉장히 감정적입니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과몰입하여 사무실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호통을 치기도 하고, 심한 말을 뱉어 주변에 어둠의 기운을 뿜어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여 얻을 수 있는 건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평가는 수월하게 쌓을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주변사람들까지 여러모로 힘들게 하는 매너 없는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한 번 정도는 '그런가'라고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열어 놓고 생각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삶에,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간단하게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갖춰야 할 매너에 대해서 얘기해 봤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고통스러운 바다를 함께 헤쳐 나가는 중생들이기에, 서로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매너를 지키며 지낸다면 우리네 직장생활이 조금은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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