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는 이렇게 설레임을 가슴에 새겨주었어.
이제는 엄마가 너에게 그 설레임을 물려줄게.
메리크리스마스야, 윤우!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11월 24일.
한달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것이다!
매년 나의 생일보다도, 새해보다도 그 어떤 날보다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임을 가득 안는 날이 있다.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
내가 여덟살이던 해에 내 곁을 떠난 엄마가 내게 주고 간 기억 덕분이다.
어린 시절 내게 안겨다준 엄마의 낭만 덕분에,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기억이 뿌리깊게 자리 잡아 이제는 가슴 속 선물 같은 것이 되었다. 십대가 되어서도, 이십대가 되어서도, 삼십대가 되어서도 그것을 매년 선물처럼 꺼내어 설레임을 즐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롤, 어둠 사이를 반짝반짝 아름답게 수놓는 전구들과 각종 트리나무들, 알록달록 사랑스럽고 예쁜 오너먼트들과 동화같은 꽃장식들, 신나게 연말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들을 보는 일은 너무도 낭만스럽다. 이런 동화같은 순간들로 순간이동하듯 내 마음을 순수한 동심으로 가득 옮겨 품는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현실적인 고민들이나 걱정거리들과 같은 회색빛 어른들의 세상이 거둬지고 어린시절 마주한 동화책 속 그림과 같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시절 모든 아이들이 보았을 영화가 [나홀로집에]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뉴욕 모든 거리들이 반짝이는 전구들로 화려하게 장식되고, 도시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한 트리나무와 거리들에 가득 울러퍼지는 캐롤들. 사람들은 모두 기쁜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들을 고르고, 예쁜 포장지를 골라 포장을 한다. 빨간 장갑과 목도리를 두르고서 트리와 하얀 눈, 썰매를 끄는 사슴들이 그려진 초록빨강 두툼한 니트를 입고, 귀여운 퐁퐁이 달린 니트모자를 쓰고 그 색깔만큼이나 화려하고 즐거운 미소를 가득 품고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 그 모든 풍경들은 어린시절 나에게 너무 큰 낭만이었다.
그리고 아마 내가 티브이를 보며 느꼈을 낭만을 우리 엄마도 이미 한가득 품고 있었는지, 딸래미에게 각종 사랑스런 이벤트로 행복을 안겨다주던 우리 엄마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날 그 낭만 속으로 더 퐁-당 빠져들게 해주었다.
어린이집 친구들을 모두 집에 초대해서 가면, 어떻게 그런 걸 또 구해놨는지 모를 산타할아버지 복장과 모자, 수염까지 장착하고선 집에 커~다란 트리나무를 꾸며놓았었다. 누구 하나 섭하지 않게, 어린이집 친구들 모두의 선물들까지 하나하나 예쁘게 포장해서 트리나무 밑에 장식해놓곤 하셨다. 그러면 그걸 보고 신난 친구들이 하나씩 산타할아버지(우리 엄마였다.)에게 선물을 받아들고선 신나게 그자리에서 포장지를 풀어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정말 신기한 것은 엄마가 돌아가신지 25년이 되어 내게 기억남는 것이 거의 없는데도 이러한 낭만적인 순간들은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랑 떠난 수많은 놀이공원들, 도쿄의 디즈니랜드, 인생 첫 파도수영장, 생일파티, 크리스마스…
그래서 나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것은, 나는 아주 어릴적 경험이라 하더라도 행복했던 순간들, 사랑을 짙게 느꼈던 순간들, 가족들과 함께한 강렬한 여행들 같은 것들은 절대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가 기억도 못할 어린 나이에 가족 여행을 가면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한 작가의 말이 기억난다.
그 여행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때의 그 행복한 느낌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그때의 그 ’행복한 느낌‘은 평생 가슴 속에 남을 것이라고.
신기하게도, 나는 그 날의 엄마가 사랑스럽게 포장해놓은 친구들의 선물 포장지 모습까지 잔상에 남아있다.
빛을 받으면 더없이 찬란하게 반짝이는 각종 반짝이 크리스마스 색감의 포장지들을 엄마는 각맞춰 깔끔하게도 포장해서는 빠~알간 리본으로 선물상자 대미를 마무리하셨다.
설렘 가득 안고 산타할아버지에게 두 손 넘치게 받아든 커다란 선물상자를 품에 안고, 빠~알간 리본부터 두근두근, 빛나는 눈빛으로 풀어보던 친구들의 고사리같은 손들도 기억이 난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정말 특별하게 남아있던 강렬한 인상들은 이렇게도 선명하게 여전한 행복으로 남아서 내 곁에 함께 한다.
이제는 이 설레임을 함께 나눌, 나의 사랑스런 꼬마가 생겼으니
내가 엄마에게 받은 설레임을 아들에게 물려줄 차례가 된 것 !
일주일 전부터 곳곳에 트리와 크리스마스장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추운 날에 갈 곳 없어 떠난 백화점에선 예상치못하게, 동화마을처럼 꾸며진 트리나무들을 만났다.
빵빵하게 울려퍼지는 캐롤부터가 이미 내 마음을 뒤흔들기 시작했는데, 이 사랑스럽고도 찬란한 전구들과 하얀 눈 소복히 쌓인 듯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들은 날 더 없이 사랑스런 기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순간 더 설레이는 포인트는, 내 양 옆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둘이나 함께 한다는 것!
작년부터 셋이 된 크리스마스는, 올해 뛰어다니기 시작한 울 꼬맹이를 데리고 더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아직 12월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온라인에서 우연히 마주한 크리스마스니트를 ‘아빠사이즈’,‘엄마사이즈’,‘100-110’(지금은 분명 90사이즈인데, 오래 입히겠다고 궁상맞은 엄마는 한 치수를 크게 샀다. 한 해라도 더 입히고 싶어! 아니, 한 해라도 더 함께 입고 싶어!) 세개나 질러버리곤 신나게 소리지르며 언박싱도 했더랬다.(이 니트는 미리 입으면 기분이 줄어들 거 같아, 크리스마스날 입겠다고 고이 모셔두었다.)
이틀 전 토요일엔, 완연히 추운 날씨가 되기 전 막바지 가을날씨가 될 거 같은 따뜻한 주말이었다. 기회가 더는 없을 지도 모를 이 따뜻한 가을 햇볕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바다를 품고서 커다란 정원같은 공간이 드넓게 펼쳐져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커피 한잔을 즐기러도 많이 가는 곳인데 이날 예상치못하게 또 크리스마스 트리가 예쁘게 꾸며진 모습까지 한껏 감상했더랬다.
그러니, 이제 정말 크리스마스가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나는 지난 시절 봐왔던 크리스마스영화들을 복기했고
올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윤우, 셋이 어떤 낭만과 추억을 남길지 고민하며 즐거움에 빠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윤우가 좀 더 큰다면
늘 꿈에 그리던 유럽in크리스마스, 뉴욕in크리스마스도 함께 해봐야지! 설레게 품어보며
나는 한달 간의 간질간질 나를 간지러주는 크리스마스 시즌 설레임을 시작하였다
윤우야,
이제 크리스마스 낭만이라는 평생 선물을
엄마가 너에게 물려줄 때가 됐지?!
올 해엔 어떤 추억을 남겨볼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