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파이브를 보다가 울어버린 이유
나는 원래도 눈물이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 눈물이 더 많아졌다.
내 아이가 아닌 남의 아들을 보면서 기특해 눈물이 다 나는 지경이 된 거다!
아이엄마, 정확하게는 ‘아줌마‘가 되고나서부터는 나의 유튜브 구독 채널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오랫동안 보고 있는 채널이라면, [마님파이브].
프랑스 시골에서 아이 네명을 키우며 지내는 국제부부의 브이로그인데, 임신때 우연히 마주하고 보기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줄곧 애청하는 채널 중 하나가 되었다. 언제나 감정이입이 잘되고 공감능력(?)이 꽤나 높은 탓에 남들의 슬픔이나 행복에 같이 우는 날이 적지도 않긴 했지만 남의 아들이 기특해서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는 건 또 처음이다.
마님파이브의 첫째 아들 이안이가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에 합격해 입학하는 모습부터 줄곧 봐온 나인데, 많은 구독자들이 같은 마음이 되어 한마음으로 이안이를 흐뭇하게 응원한 것 처럼 나 역시도 그녀의 아들을 내심 응원하며 지켜보았더랬다.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학창시절부터 팬이었던 유서깊은 합창단이었고 부산으로 내한 온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남편과 공연을 보러간 날도 있었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창단 중 하나이다. 그곳에 이안이 합격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특했지만, 사실상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의 복닥복닥 아름답고도 소소한 가족 일상 모습과 더불어 경치좋은 프랑스 시골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내게 하나의 즐거움이자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이미 이안이 멋진 합창단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나는 그들의 모든 모습을 응원했을테다.
얼마전, 집안일을 마치고 잠깐 쇼파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시간이 있었다.
햇볕도 따사롭고, 깨-끗하게 반들반들 청결하게 정돈된 집안에 있자니 마음까지 쾌적해지는 날이었다.
“이런 날엔~ 마님파이브~ 봐야~~지~~” 속으로 룰루, 랄라 하며 틀어본 마님파이브였다. 이 날의 영상 속엔 이안이가 한국으로 내한 공연와서 합창단 솔로로 올라가는 것까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오~ 이안이 이제 한국도 오네! 멋지다! 언제 또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합창단원으로 내한공연도 오고. 다들 얼마나 뿌듯하겠어”
속으로 웅얼웅얼거리면서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안이 공연을 다 하고 내려와 엄마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마음이 크게 들쑥- 하더니, 뜨거운 눈물이 똑, 똑 떨어지는 게 아닌가.
내 아들도 아닌데, 아이가 살고 있는 나라의 멋진 합창단에 들어가 또다른 모국의 나라에 공연을 와서 엄마와 할머니를 마주하는 모습이란.. 너무도 기특하고 장해서 연신 뜨거운 눈물이 똑, 똑 떨어졌다.
누군가 분명 이런 내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너 대체 왜 울어??!“ 하고 웃겼을지도 모르겠다만, 이 세상 엄마들이라면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내 애도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이 되어 다른 아이도 나의 아이처럼 좋은 일을 기뻐하고 대견해하고 응원하게 되는 마음.
“이안이 엄마는 저 순간 얼마나 뭉클했을까. 얼마나 벅차올랐을까.“ 상상만해도 내가 다 벅차는 느낌. 그러니, 이건 이안이에 대한 마음도 있겠지만, 이안의 엄마에 대한 마음도 있는 것이다. 저 자리에서 아이의 공연을 바라보며 느꼈을 다양한 감정과 벅차올랐을 감동을 생각해보는 것. 그건 내가 생각하려 시도해서가 아니라, 자연히 같은 엄마의 마음이 되어 마음이 동하는 것이었을테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날엔 무심히 스크롤을 돌리다가 마주하게 된 유튜브 숏츠 속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 발작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나왔다. 원해서 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 눈에 비친 이상 이것을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진거다. 무슨 상황인가 보니 이 곳은 미국. 대마초와 약물에 중독된 엄마들에게서 난 아기들이, 이미 뱃속에서부터 함께 약물들에 중독되어 태어나자마자 금단현상처럼 발작이 오고, 막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임에도 이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약물 중독자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막 세상에 태어난 작고도 작은 한 생명체의 바들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심장이 너무 뛰고 두근거려 온 마음이 괴로움을 느꼈다. 엄마가 아니여도 누구나 느낄 분노이겠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이 세상 모든 어린이와 아이들에게 가해진 고통이나 슬픔이 너무도 더 크게 다가온다. 마음이 약해졌다기보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생겼기 때문일거라 짐작해본다.
우연히 만나 커피 한잔을 하게 된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각자 살아온 이야기들을 신나게 주고받다가
아이들 얘기를 하며 본인 아이의 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주책맞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흘러 둘 다 빵터지며, 우리 왜이러냐 괜시리 너스레를 떨었을 때. 친구는 얘기했다. “아우~ 내가 왜 이러나 몰라. 내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애가 생기고나서는 애 얘기들 나오면 눈물이 많아졌어.”
같은 조리원을 나와 흔히들 말하는 조리원동기인 친구와는 서로의 아이들 돌잔치에 가서 눈시울을 붉히고, 이제는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 이야기라면 내 일처럼 귀기울여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된 우리의 하나같은 마음이 각자의 가슴 속에 더 생긴거다. 구태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애틋함, 모성애와 같은 모든 사랑에 대해.
내 아이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아이를 응원하게 되는 일, 다른 아이에게도 엄마와 같은 마음이 생기는 일.
이건 아마 엄마가 됨과 동시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하나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오던 시각에서,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시각으로,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엄마와 같은 마음이 내 가슴 속에 피어올랐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