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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Jan 30. 2024

캘리포니아에서 날라온 멋진 편지, john.

손님 존에게 사랑스런 손 편지 카드가 왔다.

“Hi! So i was supposed head to busan but my plan got cancelled. I was going to come and visit you again. I have a christmas card for you but won’t be able to give it to you”

“I’ll send you a picture of it!”

“안녕! 부산으로 가기로 했는데 취소가 되었어. 또 방문하고 싶었는데! 너에게 줄 크리스마스카드가 있는데 못 줄 것 같아."
"사진을 보내줄게!”

11월 초 가을, 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여행 왔던 손님, 존에게서 문득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내 핸드폰의 진동이 또 한 번 울리더니, 귀여운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이 떡! 하니 보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존이 직접 찍어서 보내준 크리스마스카드사진. 이렇게 귀여운 발상을 하다니!!!!!! 그리고 이런 편지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단 말이야-


‘세상에.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카드라니!!!’

11월의 만남 이후 한 달이 더 지난 시점이었기에 여전히 한국을 여행하고 있는 중인건지, 그 사이 한국을 한 번 더 오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분명 나는 미국으로 돌아간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가을에 친구와 함께 들렸던 존은 서울에 갔다가 다시 부산을 오게 될 거 같다며 ‘가게를 또 한 번 찾아갈게!’ 하곤 깜찍한 연락을 보내왔었다. 그러고 한참 뒤 12월 중순이 되어 이런 연락이 날라 온 것이다.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이 가게를 계속 생각해 주는 것만도 고맙고 또 들려주겠다는 인사도 반가운데, 손수 써 내려간 크리스마스 카드를 다시 부산에 와서 나에게 줄 생각을 하며 내내 들고 있었다니!

근데 부산에 못 오게 되었으니, 사진이라도 보내겠다며 이렇게 귀여운 카드를 사진으로 보내오다니!!

이 마음이 너무 사랑스럽고 깜찍하게 느껴져, 나는 또 얼마나 마음이 몽글몽글 신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안녕!!!
이 카드를 주지만 우리의 우정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음식과 멋진 사람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카페몽상가는 부산을 더 좋게 만들어줘요. halic과 나는 여전히 부산에서의 날들을 떠올리고, 그곳에서의 추억에는 당신이 하이라이트였어요! 만약 당신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오게 된다면 내가 일하고 있는 ‘ contra coffee e tea in orange’에  와요.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인사해 주세요! 커피를 가져다 드릴게요! 안전하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 john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얼추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과 파파고의 힘을 빌려 카드를 읽어나가는데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고 나도 모르게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 캘리포니아 남부에 살구나!!' '일하는 카페는 어떤 곳일까!?' 몽상가에서 손님으로 만났던 이가 먼 나라의 다른 어떤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하니 그곳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구글지도를 펼쳐 스펠링 하나하나 넣어가며 써칭해보기도 한다.


CONTRA… COFFEE… and TEA!!! "찾았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스트릿에 있다는 이 커피숍. '신기해…!!!'왜 이 카페의 사진만 보는데도 설레는지. 궁금함에 사진도 함께 찾아보니, 대학가 근처인지 노트북을 펴고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꾸며져 있는 곳이 다른 듯 비슷한 듯 몽상가와 닮은 모습이 있다. 전체적으로 밝은데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카페가 벌써부터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 진다. 그리고 이내 상상을 펼쳐본다. ‘언젠가 정말 캘리포니아 남부로 여행을 가서, 구글 지도를 펼쳐 이곳, 콘트라커피앤티 매장에 들러 한참 전 부산의 자그만 카페, 몽상가에서 주인장으로 있던 누군가가 손님으로 왔던 직원을 찾으며 커피를 주문하고 그 모습에 놀라 반가워하는 존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언젠간 존을 보러 이곳엘 가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구글지도창을 만들었다. <califonia.>


구글에서 찾아본 캘리포니아오렌지카운티의 이 곳, 존이 일하는 카페사진을 보니 어쩐지 이곳으로 공간이동을 해 여행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곳에서 왔구나, 존! 정말 멋지다!!

존은 여전히 일 년이 지나가도 카페 인스타그램의 일상을 확인하고, 귀여운 하트를 누르며 종종 안부를 물어온다.

존은 여전히 contra coffee and tea라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까?

정말로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만나게 되는 날이 올까!

나는 조용한 날이면, 카페에서 어김없이 재밌고 즐거운 상상을 펼쳐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존은 한국계 부모님을 두고 있었다. 혹여나 다른 동양계 미국친구일지 모르니 물어보진 않았는데 훗날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ㅡ.


신기하게도, 한국계 미국손님 그러니까 재미교포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나중에는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단지 교포가 아니라, 미국에서 오셨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 오셨다는 사실!


"maybe... i guess you from california!!!"

"oh, yes!! how can you know that??!???"

"just feeling!!"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대답은 단순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오신 손님분들은 정말이지 한결같이 특유의 커다랗고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지니고 계신데, 꼭 브라이트닝한(푸하하. 뭐랄까, '밝은' 이라고만 표현하기엔 어쩐지 그 느낌이 부족하다!!! brightning!!!) 미소가 한가득 얼굴에 꽃 피워있고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인사만 주고받아도 나까지 해피해지는 것이다!!!


"정말 캘리포니아에서 온 손님분들은 한결같이 밝고 에너지가 넘쳐!! 프랜들리하고, 브라이트닝하고, 스마일해!!! 나쁜 뜻은 전혀 아니지만 뉴욕 쪽에서 오신 분들은 정말 조용하고 조심스러우시거든. 양쪽 느낌과 분위기가 정말 다른데, 확실하거든!!"


그럼, 모두들 빵 터지며 인정을 하는 것이다.

그 웃음에 어쩐지 먼 나라의 지역성까지 파악한 것만 같아 어깨가 으쓱, 손님분들에게 웃음을 줬다는 만족스러운 개그욕심에 함박웃음까지 가득. 그렇게 함께 웃고 나면 나도 마냥 즐거워진다.


그렇게 같이 웃고 떠들다 보면 정이 들고, 몇 안되게 <가고 싶은 나라>로 정해둔 곳에 손님의 나라도 저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저장해 둔 <가고 싶은 나라>의 90프로는 모두 몽상가에서 만난 손님분들의 나라다. 그건 그분들을 더 이해하고 알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과 호기심, 그리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애정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크리스마스카드를 사랑스럽게 받아 들었으니! 다음 크리스마스는 언제고 '크리스마스'하면 떠올려지는 '나 홀로 집에' 본거지, 미국으로 이번엔 내가 예쁜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야겠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예쁜 크리스마스카드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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