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미국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보스턴, 맨해튼, 미네소타, 조지아, 세인트크로익스,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프랑스, 독일,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 러시아, 아일랜드, 칠레, 페루, 에콰도르, 스코틀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호주, 이탈리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리투아니아, 푸에르토리코, 벨기에, 콜롬비아.
이 모든 나라의 사람들을 몽상가에서 만났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이니, 기억을 다 해내지 못한 곳까지 하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나라. 그리고 그 먼 곳에서 날아와, 스쳐 지나갈지 몰랐던 그들의 여정 속에 몽상가가 들어찬 기억. 함께 웃고, 나누던 대화 속에 어느새 긴 인연이 된 멋진 사람들. 그리고 꿈만 같던 추억들과 시간들.
나와 같이 등산을 너무 좋아해서, 홀로 세계를 돌며 하이킹을 하던 미국손님 레이첼, 가족 네 명이 다 함께 한국까지 와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까지 정복하며 여행 중이던 멋쟁이 캐나다가족, 하이킹 얘기만 나오면 신이 나는지라 그 멋진 여정을 듣는 것만도 신이 났던 나. 그리고 여전히 서로 어느 나라의 하이킹을 하면 각자의 나라에서 디엠을 주고받는 우리.
언젠가 고요한 오후 시간에 들려 커피 한잔씩 나누던 부부가 살포시 내게 건네온 대화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다가 이제는 너무 깊은 인연이 되어버린 비건 10년 차 프랑스에서 온 아름다운 셀린언니네부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프랑스에서 왔던 다섯 명의 대학생 친구들이 놀러 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마침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셀린언니네부부와 대화가 통했고, 한참을 나누던 대화 후에 그들이 몽상가를 떠나 이틀을 함께 여행했다던 아름답고 꿈만 같던 이야기. 그리고 훗날 내게, 이 공간은 ‘magic’ 같은 공간이라며 연락을 해 온 다섯 친구들의 메시지를 받고 이 모든 순간들이 동화 같다고 느껴지던 날. 몽글몽글한 감정에 마냥 하늘을 떠다니는 것만 같이 꿈같던 시간.
몇 달 뒤, 또 다른 마법처럼 콜롬비아 친구의 부모님이 이곳을 쨔잔~하며 들려 멋진 추억을 만든 일.
어느 날 이곳을 들렸다가 단골이 되어버려, 부산 사람들보다도 더 자주 이곳을 들려주었던 서울에 사는 미국 시카고 친구 니짜와 태완 씨. 그리고 그런 니짜가 훗날 시카고에서 함께 모시고 왔던 니짜의 어머님, 그리고 친구 재키. 1년이 지나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몽상가로 또다시 들린 재키 얼굴을 보고 믿기지가 않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날.
먼 캘리포니아에서 몽상가로 날아온 감동적인 존의 크리스마스카드.
한적하고 조용하던 가을에 손님으로 찾아와 몇 날 며칠을 부산여행 내내 들리던 발리에 사는 러시아친구 톰. 이제는 손님이 아닌 친구가 되어 1년 뒤 서프라이즈로 멋진 책을 선물하며 등장해 나를 울린 내 친구, 톰.
아침 이른 첫 손님으로 들려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다가 내게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을 한껏 보내주었던 너무 맑고 순수하던 싱가포르 파일럿, 카이. 그로부터 이틀 뒤 가게를 찾아왔던 또 다른 싱가포르 파일럿 부부. 알고 보니 카이의 적극적인 추천과 이야기로 카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호기심 넘치고 호의와 열정에 가득 찬 눈빛을 빛내며 오던 멋쟁이 조종사 부부. 그 멋진 만남이 신나서 함께 사진을 찍던 기억.
미국에서 40년간 비건 생활을 해오신 노부부의 멋진 여행기. 서울에서 부산까지 라이딩을 하고 놀러 온 그 멋진 이야기부터, 맛있는 비건 음식을 내어 주어 고맙다며 디저트까지 싹싹 쓸어서 가셨던 두 분의 에너지 넘치던 만남까지.
영화를 좋아하던 영화광, 대만친구 페이. 오로지 영화를 위해 부산에만 일주일을 놀러 왔던 페이는 약 4일 간을 몽상가에 들렸고 조용하고 한적한 날은 함께 마주 앉아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영화를 공유했다. 그리고 쓰지 않던 나의 오래된 페이스북 메시지가 울리는 날이면, 그건 여전히 페이의 영화추천 연락이다.
'이 영화 봤어? 이 영화 진짜 좋아, 네가 좋아할 거야. 꼭 봐봐’
잼버리 참가자로 왔던 칠레손님과 독일손님.
스카프와 줄줄이 매달려있던 뱃지를 보고서 홀로 부끄러움에 차올라 미안한 마음, 사과하고픈 마음 가득 담아 비건초코스콘을 내어드리며 한참을 "미안해, 정말 미안해."를 남발하던 나.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하듯 화사한 미소와 진심 어린 친절로 화답해 마음이 편안하게 녹아내리던 날.
겨울날 이곳을 찾아와 내 사진을 찍어가고 사랑스러운 메시지를 가득 남겨주었던 미국 조지아의 손님, 헌터. 그리고 몽상가의 폐업소식을 듣고 1년 만에 이곳으로 날아와, 인사를 전하던 헌터. 이내 나의 볼록한 배와 임신 소식을 듣고 나보다도 더 격한 축하를 건네주며 진심의 눈물을 흘려주던 헌터. 그 눈물에 가슴이 벅차 너무 행복했던 카페 마지막 순간의 날까지.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만남과 에피소드들이 이 공간과 내 마음에 녹아있고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만남과 순간들이 꿈만 같고 길고 긴 멋진 여행기 같다.
내가 어디서 이 수많은 멋쟁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국제변호사, 하버드생, 하이커, 세계배낭여행자들, 의사커플,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 알래스카, 이스라엘, 아랍, 그리고 수많은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의 이야기까지.
그 멋지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잊고 싶지 않아, 추억하고 기억하기로 한다.
비단 나만의 추억이 아닌 지구 반대편 먼 어딘가에서 이 날을 나와 같이 추억하고 있을 손님들과 함께.
ㅡ
참 신기하게도, 카페 이름을 ‘몽상가’라고 지은 것이 어쩌면 정말 몽상가라고 생각해 왔던 내가 세상을 더 꿈꾸며 보낼 수 있게 해 준 게 아닐까? 어떤 생각이었는지, 이 공간에 이렇게 많은 여행자들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처음 오픈 때부터 메뉴판을 한국어판, 영어판 두 개로 만들어 놓았더랬다. 그 바람이 이루어진 듯,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 메뉴판이 많은 사람들 손에 들렸으며 그 덕에 나는 이 작은 공간에서, 같은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과 함께 여행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멋진 카페의 여행기를 함께 하려 한다.
소중하고, 멋진 만남들을 추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