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래된 장판처럼 피부에 달라붙는 적적함을
하루가 멀다고 담배 한 개비에 실어 보내고
어느새 좁은 방 한 칸 두른 건 얼룩진 노란 벽지
매끄럽고 단단하던 이는 언제 다 빠져버렸나
연약한 잇몸으로 하릴없이 오물오물 씹다 보니
밤이 되면 단물 하나 남지 않던 노란 오징어
일마다 새초롬한 막냇동생의 눈을 피하려
저녁나절 베개 밑에 고이고이 숨겨놓았다가
내 손에만 몰래 쥐여주던 작고 노란 캐러멜
퀴퀴했던 방은 어느새 새 벽지를 둘렀고
질기고 기다란 오징어는 다 큰 아들의 술안주
캐러멜의 달콤함은 더 이상 찾는 이 없네
노란 나비가 되어 국화꽃에 살포시 앉았나
노란 별이 되어 드넓은 밤하늘에 콕 박혔나
이제 다신 찾아볼 수 없는 빛바랜 노란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