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첫 숨결 이후 끊이지 않던 솜털 같은 웃음이여
연약한 시절에도 쾌히 곁을 내줬던 그대들이여
낙엽 한 장마저도 애틋했던 초록의 물결이여
내 눈가 마르지 않게 솟아나던 샘의 주인이여
밤새 저미는 가슴을 거칠게 할퀴어댄 상실이여
한치의 두려움 없이 절벽으로 향했던 두 다리여
영원할 듯 형형히 튀어대던 심장의 불꽃이여
저 산 너머 옅어지는 무지개를 향해 손을 흔든다
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낸 미안함에, 사과를 담아
그런 내게도 안겨주었다는 고마움에, 보답을 담아
끝내 텅 비어버린 하늘에도 기꺼이 손을 흔든다
뒤늦게 밀려오는 지독한 회한에, 아쉬움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