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취향을 알고 있나요?

유럽 모녀여행 성공기

by 무화원

이번 엄마와 2주간의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음먹은 것이 딱 세 가지 있다.


첫 번째, 숙소는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곳으로 할 것

두 번째, 중간중간 가이드 투어를 적절히 끼워 넣을 것

세 번째, 엄마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을 기록할 것


먼저 위치와 컨디션이 좋은 숙소는 중간중간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쉬고 가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릇 지치고 배고프면 예민해지는 것이 사람이고, 부모 자식 간에도 예외는 없기에 훌륭한 베이스캠프 덕에 많은 갈등이 예방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나하나 찾고 설명하기 힘든 것은 가이드 투어로 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나도 생전 처음 가보는 박물관과 유적지의 화장실 위치부터 유구한 역사를 찾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했다. 그래서 에너지가 넘치고 친절하다는 후기가 많은 가이드 투어를 일정 중간중간에 배치했다. 엄마들은 서글서글하고 짓궂은 가이드의 농담을 은근히 좋아했고, 30대 찌든 직장인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학습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다년간 가이드 생활로 터득한 사진빨 잘 받는 최적의 포토스팟에서 남기는 가족 단체샷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 여행을 통해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기록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취향은 더 명확해지지만 엄마의 취향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기 마련이므로.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엄마는 의외로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한다. 깔끔한 뒷맛이 좋다고 한다.
(그동안 맥심 커피가 취향이라 먹는 줄 알았다.)
2. 알고는 있었지만 고기를 더 싫어했다. 고기가 올라간 쌀국수가 싫어 두부 쌀국수를 시킬 정도로.
3.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정확히는 귀찮아한다. 대신 무언가를 만드는 체험을 좋아했다.
4. 은근히 수수한 것보다 화려한 장식을 좋아한다. 화려한 궁전을 보며 소녀처럼 감탄했다.
5. 나보다 학구열이 높다. 영어로 쓰인 박물관 작품 안내문을 한참씩 들여다볼 정도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 이번 여행 어땠어? 다음에 참고하게.”라고 넌지시 물어봤는데 엄마는 웃으며 “너무 좋았지-“라고 말했다. 그러곤 잠시 생각에 잠긴 걸 보니 차마 다 말하지 못한 함축된 감상이 더 많을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다 챙겨줘야 했던 작은 아이가 자라 당신을 챙기고 더 능숙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며 뿌듯했을까. 아니면 더 일찍, 더 젊고 예뻤을 때 이 좋은 곳들을 보고 누리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을까. 나는 알 수가 없지만 너무 좋았다는 감상은 아마 진심일 것이다.


떠나기 전 이번 여행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엄마 모든 걸 맞춰야 하는 효도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엄마의 취향을 앎과 동시에 나의 취향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그러니 부모님과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부지런히 관찰하고 기록하길 바란다. 당신의 생각보다 당신의 부모님은 더 호기심이 많을 수도, 좋아하는 음식만큼 가리는 것도 많을 수도,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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