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은 곳

김광석길

by 은준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저녁 대신 치킨 한 마리를 시킨 우리 셋.

옆 가게에선 어느 무명 가수 분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이 들려오고, 가을 밤 공기는 딱 알맞게 선선하다. 내일의 출근이 없는 금요일 밤, 심장이 간질거리는 듯 기분 좋다.

이 곳은 올 때마다 좋다. 그냥, 그냥 좋은 곳. 내겐 김광석거리가 그런 곳이다.


10여 년 전 이 근처 직장을 다니던 때, 퇴근 후 남편과 자주 김광석거리에서 데이트를 했다. 파전, 막걸리 등을 파는, 김광석 노래 제목을 넣은 자그마한 현수막이 간판 역할을 대신하던 몇 안되던 허름한 술집, 흘러나오던 김광석 노래, 김광석 벽화가 다였던 별 거 없던 그때의 거리와 골목이 훨씬 더 낭만이 있었지만 조금은 상업적이 된 관광지화 된 지금의 이 곳도, 그래도 좋다.

남편과 밤공기 마시며 손잡고 거닐던 추억 때문일까, 그 시절 이 곳 근처에서 일했던 직장을, 일은 힘들었지만 마음으로는 많이 좋아했기 때문일까. 길 건너 삼덕동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취를 했던 외롭지만, 스스로 혼자 살아보려 애쓰던 그 때의 감각이 생각나서일까. 세상에 없지만 노래로 여전히 사람들을 위로하고 영감을 주는 가객의 고운 넋 때문인걸까. 그냥 여기에 오면 마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고, 팍팍한 일상에 낭만 한 스푼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둘이서 처음 왔던 이 곳, 이제는 셋이 되어 한 손에 치킨 하나씩 들고 웃으며 함께 노래를 듣네,

아무런 내일의 일정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좋아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밤공기를 즐길 수 있는 이 시간, 꼭 일상의 작은 선물 같다.

하루를 살며 지친 어느 날 우리 셋은 또 이따금 이곳을 들르겠지. 그리고 마흔이 지나고, 오십이 되어서도 여전히 ‘서른즈음에’를 따라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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