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핫한 것

by 은준


흑백요리사가 핫하다는데, 몇몇 보고픈 영화들도 있는데, 영화관을 안간지도 넷플릭스 결제를 하지 않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엄마가 되고부터 일을 하고서는 더더욱 ‘선택과 집중’에 집중한다. 그렇게 하려고 한다기보다, 머리가 한다기보다, 내 몸이랑 마음이 그렇게 하며 사는 것 같다. 일과 육아를 제외하면 온전한 나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이다보니 진짜 제일 하고싶은 것을, 몸과 마음이 저절로 찾는다.


시간이 나면 주로 책을 읽는다. 실시간으로 뜨는 예능, 드라마 얘기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 혼자 100년도 더 된 소설을 읽거나, 지금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 철지난 에세이를 읽거나 한다. 내가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요인 중 하나에도 아마 이런 영향도 있을 것이다. 트렌드에 빠르지 못하고 한참 뒤에 인기 있었던 걸 혼자 보고 뒷북칠 때도 많다. 스몰토크라도 좀 해야할까 싶어 핫하다는 것들을 챙겨볼까하다가도 결국엔 내가 당장 하고 싶고 관심있는 걸 먼저 한다. 그 대상은 거의 책이며.

내가 책을 제일 좋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문득 궁금했다. 이야기가 좋은 나. 바쁘고 할 일 천지인 일상 속에 , 재밌고 기발한 ott 컨텐츠가 널린 이 세상에, 좀 더 손쉽고 편한 방식인 ‘영상물 보기’가 있는데, 왜 책일까.


일과 육아라는, 내가 선택한 일들임에도 그것들은 내게는 ‘해야할 일’의 영역이기에, 혼자만의 자유시간에라도, 콘텐츠를 누리는 방식에 있어 가만히 있으면 눈앞에서 영상을 알아서 보여주는 수동적인 방식 말고, 조금이나마 내 의지로, 손으로 책장이라도 넘기고 눈알이라도 굴려 활자를 좇는 이 능동적인 방식인 독서를 나는 자꾸 찾는다.

규율과 의무가 가득한 직장에서의 시간, 나의 욕구보다 아이의 욕구와 감정을 먼저 돌봐야할 때가 많은 육아의 시간. 그 시간들 안에서 취미라도 조금이나마 내 의지로 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책이든 영상이든 누군가가 생산한 것을 소비하는 것은 같지만, 적어도 책이 좀 더 내겐, 눈도 뇌도 더 쓰게 하는 것 같다. input의 영역인 독서가 이런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 글쓰기는 말해 뭐할까. 독서와 글쓰기,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흑백요리사보다 인기있는 드라마보다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늘 핫하게 ing다.




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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