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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y 29. 2020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불륜에 대하여


<부부의 세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부부의 세계를 보는 16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으라면 아마 저 대사를 꼽을 것 같다. 암세포도 생명이라던 어느 막장 드라마의 대사 못지않게 아마 오래도록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것 같은 느낌의 대사였다.

 선우도 좋고 다경이도 동시에 좋다던 두 개의 심장을 지닌 이태오를 두 달 동안 신나게 욕하며 보았지만 문득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혼은 정말 사랑의 끝인 걸까. 이태오를 비난하던 우리들은, 그리고 나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또 '불륜'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서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첨밀밀, 화양연화와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는 나는 왜 마음이 움직였을까.


몇 년 전 엄마와 대화하던 중 한 지인의 지인의 외도 이야기가 나온 적 있었는데, 한창 얘기를 하다 엄마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사실 사람 다 그런 맘 생길수도 있지.. 다들 안 그래야지~ 하고 이성 붙잡고 사는거 아이겠나"

아빠와 4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며 가정에서 주부로 충실히 삶을 산 엄마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연애 한번 안하고 스물둘에 아빠를 처음 만나 불과 몇 달 만에 결혼한 엄마의 사랑은 어땠을까. 엄마도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렸던 때, 있었을까.

 결혼이라는 제도가 각자에게 새롭게 생기는 감정들마저 차단하기는,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까. 다 큰 성인들의 자유로이 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함부로 재단하기는 어렵다.

나는 불륜을 옹호하는 건가? 그렇진 않다. 다만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불륜을 저지르면 안 되기에 저지르지 않는 것과 그 어떤 것들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내 배우자가 (도덕적 잣대 혹은 사회의 시선 등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사랑하는 것과 다른 어떤 누구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할 능력이 있음에도 나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어나가는 것은 다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가 전자의 경우라면 나는 아마 많이 슬플 것 같다. 반대로 나 역시도 내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내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상대방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자유를 주고 싶다. 실은 그 자유라는 것을 원한다 말하면서도 상대에게 온전히 주는 일은 두렵다. 그럼에도.. 그 자유 안에서도 서로를 선택하고 사랑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세상에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있음을 안다. 오래 끓인 스프의 맛처럼 깊고 뭉근한 따스한 사랑,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듯 뜨겁게 끓어오르는 사랑, 편안한 사랑, 끌리는 사랑.

 어떤 사랑이 맞고 틀리는지는 정답이 없다. 한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라올 뿐이다. 다만 기억해야할 것은 때로 어떤 사랑은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 그리고 결국 그 상처는 남겨진 이의 몫이 된다.
내게 괴롭고 잔인한 일을 상대에게도 주고 싶지는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는 마음 또한 사랑의 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 살면서 배우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가, 화양연화 속 첸부인과 차우가 그랬다. 그치만 그들이 이태오와 여다경과 달랐던 점은 괴로워했고 부끄러워했고 또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 결국은 다 같은 불륜일지도 모르지만 앞의 영화들을 볼 때는 주인공들 마음에 감정이 이입이 되었지만 후자의 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빗 속 장면 / <화양연화> 속 양조위와 장만옥




불륜, 남의 얘기일 때는 욕도 하고 비난도 하기 쉽고, 또 어떤 영화를 보면서는 푹 빠져 보기도 하게 되는. 그러나 내 배우자가 그런다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괴롭고, 마음 아플 것 같다. 반대로 내가 그렇게 한다 상상하면.. 나로 인해 마음이 주저앉아 멍하게 있을 남편 얼굴 떠올리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뜬금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요즘은 사랑보단 돈이나 조건을 보고 많이들 결혼한다는데..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될 것 같다. 잠깐의 흔들림을 사랑이라 착각하지 않도록 깊고 견고한 사랑을 나누는 배우자를 만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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