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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Jun 10. 2020

'나이듦', '죽음'을 생각할 때

Love is all


         
늙음, 죽음을 떠올리면 삶의 막바지에 다다른 그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삶의 의미라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늙어갈수록 죽음이 다가올수록 아쉬운 것들은 무얼까.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작아져갈 때, 끝내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아쉬워하는 사람일까.


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곳에 살지 못한 것 같은 일들보단 해 보고팠던 것들을 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 나답게 살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 했던 것 같은 것들을 아쉬워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제일.. 아쉬워할 것은 아마 사랑,일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떠나고 사라지더라도, 기억에서 잊혀져가더라도 내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던 사람인지, 얼마만큼 사랑을 보여주고 갔던 사람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진부하지만 all you need is love, 사랑이 전부인거라 말하는 노래들처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도 제일 사랑을 주어야 할 사람은 누굴까. 가끔 보는 사람, 스쳐지나갈 사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사랑이라는 걸 표현하며 살고 싶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의미 있는 일 같다.
 그 중에서도 매일 보는, 남편에게 제일 많이 사랑을 주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평생 함께 할 사람,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 어쩌면 부모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이기에. 엉뚱하게 애먼 곳에서 열심을 낼 때가 있다. 그보단 이제 내게 한없는 사랑을 주는 대상,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시간과 마음을 쏟으며 살아야함을 느낀다.


 퇴근 후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하루 종일 서로 그리웠던 마음에 땀 냄새 가득한 품이지만 몇 초간 포옥 안고 있곤 한다. 남편이 씻고 나오면 별 거 없는 반찬에 찌개 하나 보글보글 끓여 소박한 밥상을 함께 다. 식사가 끝나면 팔베개를 한 채 잠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위에 누워 있기. 그러다 또 하루 있었던 일 서로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기. 가끔 밤산책하기. 우리 부부의 흔한 하루의 풍경이다.
 별 거 없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많이 웃어주고, 뭐가 필요한지, 뭘 좋아하는지 상대의 마음을 많이 헤아려보기. 배려하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들이다.
 이런 하루하루들이 쌓여 세월이 많이 흘렀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40년 즈음 뒤엔 우린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허리는 굽고 얼굴엔 검버섯이 피고 머리는 하얗게 새어 있겠지. 누군가의 눈엔 젊은 시절보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내겐 나이 든 그 모습도 멋지게 느껴질 것 같은데... 당신 눈에도 내가 제일 예뻐 보일까.


 일하면서도 오늘은 입덧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는지,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하루 종일 심심하지는 않았는지 항상 내 생각이 난다는 사람.
재작년 유럽여행 가 있을 동안 내가 없는 텅 빈 집에 일찍 와 있는 게 싫어 일부러 매일 야근을 했다는 사람.
“여보가 보기에 여보는 예쁜 것 같아?”라는 말에 “몰라”라고 말하는 내게 “내 눈으로 여보가 여보를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
 힘든 일 있을 때 뒤에서는 울고 앞에서는 그저 씩씩한 그런 멋진 사람이고픈데 결국엔 한없이 내 약한 모습도 보여주게 되는 사람.




 늙음이 죽음이 가까이 올 때 아쉬움이 적은 사람이고 싶다. 후회가 적은 사람이고 싶다.

너무 큰 사랑을 주는, 나 또한 제일 사랑을 주고픈 그에게 오늘도 그 사랑, 많이 많이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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