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글쓰기, 악기연주, 베이킹..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이 거의 다 실내에서 하는 것들이라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있을 때도 꽤 하루를 잘 보낸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작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입덧이 최고조로 심했던 12월 1월,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2, 3, 4월. 이 시기 빼고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까페엘 갔다. 도서관 일 할 때도 월요일 휴관일에는 집에 있기보다는 커피숍에서 주로 보냈다. 까페에 다녀오고 나면 그제야 조금 힘이 나서 이런저런 집안일도, 밀린 잡무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완전한 집순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바깥활동 매니아도 아닌 것 같다. 집순이라 하기엔 집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뭔가 답답하고, 바깥활동 매니아라기엔 사람을 자주 만나기보단 그저 혼자 까페에 두어 시간 있다 오는 걸 좋아하는 게 다인 나.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데 하루 종일토록 혼자인 건 말고, 커피숍 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는 그 정도의 온기는 필요로 하는 나.
커피를 너무 좋아해 집에 커피머신을 하나 들일 법도 한데 이렇게도 커피숍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서, 사 먹는 커피가 맛있기도 하지만 커피숍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것저것 시간을 보내는 것을 행복해하는 사람이라서, 아직까지도 굳이 사지 않고 있다.
까페를 좋아하는 집순이는 오늘도 까페에 와 책도 보고 글도 쓰고 다이어리도 끄적이고 맛난 커피도 홀짝 홀짝 마시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균형을 찾는 걸까? 매일 머무르는 똑같은 좁은 공간이 아닌 조금 더 넓고 트인 곳으로, 오롯이 혼자만 있는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온기가 있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