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Jun 16. 2020

까페를 좋아하는 집순이

너무 안에만 있는 것도, 너무 혼자인 것도.


 

 내가 집순이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책읽기, 글쓰기, 악기연주, 베이킹..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이 거의 다 실내에서 하는 것들이라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있을 때도 꽤 하루를 잘 보낸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작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입덧이 최고조로 심했던  12월 1월,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2, 3, 4월. 이 시기 빼고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까페엘 갔다. 도서관 일 할 때도 월요일 휴관일에는 집에 있기보다는 커피숍에서 주로 보냈다. 까페에 다녀오고 나면 그제야 조금 힘이 나서 이런저런 집안일도, 밀린 잡무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완전한 집순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바깥활동 매니아도 아닌 것 같다. 집순이라 하기엔 집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뭔가 답답하고, 바깥활동 매니아라기엔 사람을 자주 만나기보단 그저 혼자 까페에 두어 시간 있다 오는 걸 좋아하는 게 다인 나.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데 하루 종일토록 혼자인 건 말고, 커피숍 안 낯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는 그 정도의 온기는 필요로 하는 나.

 커피를 너무 좋아해 집에 커피머신을 하나 들일 법도 한데 이렇게도 커피숍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서, 사 먹는 커피가 맛있기도 하지만 커피숍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것저것 시간을 보내는 것을 행복해하는 사람이라서, 아직까지도 굳이 사지 않고 있다.


 까페를 좋아하는 집순이는 오늘도 까페에 와 책도 보고 글도 쓰고 다이어리도 끄적이고 맛난 커피도 홀짝 홀짝 마시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균형을 찾는 걸까? 매일 머무르는 똑같은 좁은 공간이 아닌 조금 더 넓고 트인 곳으로, 오롯이 혼자만 있는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온기가 있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서.

 



작가의 이전글 나의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