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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Oct 12. 2020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육아.. 하루에 10분이라도 나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아기가 태어나고 삼사십일 즈음 지났을 때였을까. 볼일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혼자 차를 몰고 외출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분과 느낌이 생각난다.
매일 심드렁하게 지나치던 집 근처 도로를 달리며 그때만큼 마음이 뻥 뚤린 것 같은 느낌 받았을 때가 있었나.


 아기를 낳기 전에도 워낙 아가를 좋아했다. 조카는 물론 친구들 애기까지 너무 이뻐했으니 내 새끼는 또 얼마나 예쁠까. 그랬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수유하느라 무릎과 어깨가 만신창이가 되어도, 잠이 부족해 눈이 퀭해도 행복했다. 내가 선택한 임신과 출산, 내가 좋아서 하는 육아니까 힘들어도 행복했다.
그런데도 간만의 특별할 것 없는 외출에 이상하게, 마음 안에 무언가 작게나마 해소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뭘로 설명해야할까.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조리원에서 집에 왔을 때부터 밤에 통잠을 자는 복덩이 아가 덕분에 재우고 난 후 한 두 시간 정도는 내 시간이 조금은 있는데, 아기가 잘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은 참 많았다. 젖병 씻기, 밀린 집안일, 공과금 정리하기. 성장 개월 수에 따라 알아야 할 육아 상식은 왜 그리 많을까. 척척 잘 아는 엄마들도 많던데 왜 나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며 그에 따라 또 사야 할 아기용품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사실 출산 이전, 임신 때부터 이어져 온 검색과 검색의 끝없는 시간들. 지겹지만, 그럼에도 알아야 하는 것들.

그런데 그러다가도.. 검색이고 공부고 뭐고 다 제쳐놓고, 해야 할 것들 말고, 먹고 사는 것과도 관계없고,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쓸데없는’ 것들을 하고 싶다. 말랑말랑한 소설책 한 권을 읽고 싶고, 찐한 영화 한 편도 보고 싶다. 노트북을 켜고 아무 말이라도 몇 줄 적고 싶다. 육아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하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채워진 힘으로 또 씩씩하게 우리 아가를 만나러 가고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들이 아가를 잘 보기 위함만은 아니다. 우리 아가와 함께하는 나날들이 너무 소중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에너지로 좋은 컨디션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서른여섯, 나의 지금 인생도 순간도 소중하기에. 모든 소중한 ‘지금’을 위해 너무 무리하지도, 희생하지도 않기 위해서 나의 즐거움들을 하루에 몇 분이라도 찾으며 지내고 싶다.


 어제는 오랜만에 까페엘 다녀왔다. 다음 주에도 가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들을 실컷 하다 올 계획이다. 다녀온 후엔 우리 아가를 힘껏 안아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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