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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pr 17. 2021

태어나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자식을 낳은 일이야라는 말

나는 어떨까




'태어나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자식을 낳은 일이야'

살면서 이 세상의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서 저 말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떨까. 작년 여름 처음으로 출산이란 걸 했고, 지금 한창 꼬물이를 키우는 중인 나의 대답은, ‘나 역시 그렇다’다. 출산 이전에 내가 무언갈 크게 이루었거나 아주 대단한 삶을 산 건 아니였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두고 어땠을지 말하는 건 어렵겠지만, 어떤 삶을 살았든 아마 내 대답은 똑같았을 것 같다.

돈이 아주 아주 많아 돈으로 커버 되는 대부분의 것들을 할 수 있는 삶,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 인기녀, 세상을 자유롭게 방랑하는 여행가, 어떤 한 가지 뛰어난 재능으로 한 분야에서 탁월하게 인정받는 인생. 모두 부럽고 탐나는 삶이다. 그에 반해 매일 더 자고 싶어도 아가가 눈뜨면 일찍 그에 맞춰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병을 물리며 시작하는 내 아침은 평범하다. 또 임신 전 직장생활을 할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급속도로 방전되는 정신적 에너지와 체력고갈, 육아를 하며 자주 자주 느낀다. 임신 때부터 코로나로 인해 더 자주 외출을 못했던 지금까지의 나의 육아라이프는 거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아가와 둘이 함께 보낸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놀고 재우고 또 먹이고 씻기고.. 그 루틴을 몇 번 반복하면 하루가 저문다. 때때로 말로 표현 못하게 아득한 기분이 될 때가 많다.

무언가 표현하긴 어려운데 가슴 안에 갑갑한 그 느낌들이 분명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지금 내 삶, 그 어떤 화려하고 멋진 삶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그 말로 설명 못할 무거운 솜뭉치가 앉아 있는 느낌.. 아마 그 느낌이 필요한 시기도 있겠지..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가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않아도 그 역할을 아가가 대신 해주고 있다.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너를 낳은 일이야라는 말, 아가를 낳기 전 내가 살아온 일들이 대단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그 어떤 대단한 일도 나는 이 작은 천사가 지어주는 미소보다 값진 것은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아가를 낳고 키우는 일을 모든 사람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냥 나의 경우엔 그랬다. 내가 했던 그 어떤 위대한 일보다 우리 아가와 눈을 맞추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순간이.. 천국, 힘들어도 천국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맑은 눈, 통통한 손목 발목, 하루에 수십번이고 입맞추는 보드라운 뺨, 작은 심장을 꼬옥- 매일 자주 껴안는다.

‘고마워. 사랑해.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아가’


2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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