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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r 18. 2020

작가에게 필요한 것, 세 가지

(feat. 최은영 작가님 사랑해요)


최은영 작가의 소설은 거의 다 산다. 수상집이나 계간지 등에 실린 작품, 잡지에 실린 인터뷰 글도 거의 다 찾아 읽는다. 몇 년전 쇼코의 미소를 처음 읽었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한 몇분 간 책을 그대로 덮어둔 채 잠자코 누워만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데 정신은 멍 – 했다. 운다는 것말고 다른 표현이 필요했다. 

재밌는 책 감동적인 책 분명 많았는데, 가슴이 주저앉아버린 책은 처음이었다. 무엇이 날 그런 감정이 들게 만들었던 걸까. 사람의 감정에 대해 관계에 대해 얼마나 깊게 들여다보아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상처에 대해 말하고 부서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관계를 힘들어 하던 때였다. 아무 이유 없이 멀어지는 나의 인연들을 우두커니 지켜보던 때였다.

그녀의 글에 묻어있는 무수히 상처받은 마음과 실패의 흔적들을 보며 생각했다.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 상처의 기억을 글 속에 가져온다는 것은 슬픔과 아픔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닌 슬픔을 털어낼 힘, 아니 털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게끔 해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실패한 그녀의 관계의 경험이 내게 말없는 위로가 되어 주었듯 정작 글을 쓰는 작가님 또한 쓰면서 많이, 많이 위로 받았을 것만 같다. 

읽는 것만큼 쓰는 것도 참 좋은 나. 좋았던 감정뿐 아니라 아팠던 이야기, 감추고 싶지만 마음 안에서 오랫동안 크게 자리를 차지해 언젠간 밖으로 꺼내줘야 할 이야기들도 잘 담아내어 써보고 싶다. 

그때 필요한 건 사실 재능과 노력보단 용기일지도 모른다. 내게 최은영 작가님이 그 세 가지를 다 갖고 있는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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