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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r 18. 2020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초반까지,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이 많다. 

공부를 못해서 힘든 것 빼고는 다른 건 다 즐거웠다. 사람 관계에 서툴고 적극적인 편이 아닌 나는 ‘반’이라는 하나의 울타리가 주어지는 학창시절이 잘 맞았다. 한 공간에 있는 이상 어찌되든 한 두 달 즘 지나면 자연스레 무리가 만들어지고 나같은 낯가림형 인간에게도 친구들 이 자연스레 다가와주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큰 노력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 사람들한테 충만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 그걸 느낄 수 있었던 때였다.

물론 20~30대 지나서도 연애를 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사랑받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때는 학창시절었을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적어도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존재감이 있었던 때를 말하자면 바로 그때가 아닐까 싶다. 



존재감...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존재감은 붙어있었다. 

사랑받는 것은 내 영역 밖이고, 사랑하는 능력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얘기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는다는 느낌, 사랑받았던 경험도 사람에겐 무시못할 감정이라 생각한다.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하기 쉽기도 하니까.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았던 그때는 내겐 참 반짝이던, 빛나던 순간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 그 때문은 아니다. 

그때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덜했다. 타인의 신경을 덜 썼다.

 가끔 보는 친한 친구 몇몇이 내게 한번씩 하는 이야기. 

“ㅇㅇ야, 너 그때 진짜 망아지 같이 정말 밝았어.”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기에 솔직했고 생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서툴러도 자연스러웠다.

 아마 그런 면들 때문에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타인에 대한 생각도 실은 나에 대한 생각과 맞물려있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볼까, 이렇게 하면 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제는 나에 대한 생각을 좀 덜하고 싶다. 

 타인 관해 생각을 하더라도 ‘저 사람 저런 점 참 멋있다’ , ‘저 사람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하며 살고 싶다. 

그런 마음들이 들 때,

 내 어릴 적 반짝이던, 생각은 덜하고 순간에 충실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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