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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r 18. 2020

인생에 한번쯤.. 손 쓸수 없을만큼 힘에 부칠 때,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인생에 한 번쯤 모든 것이, 내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운 시기... 그게 누구에게나 다 오는 건진 잘 모르겠다. 내겐 이십대 끝자락을 지나 서른을 넘어가던 해에 왔었다. 


몸이 아팠고, 돈이 없었고, 이직 준비하던 백수였고, 아버지가 쓰러지셨던 해였다. 내 몸도 안 좋지만 아빠가 더 편찮으시기에 하루 종일 병실 아빠 곁에 앉아 돌봐드리다 짬날때마다 워크넷을 뒤적이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어느 날은 정장을 챙겨 입고 “아빠, 나 면접 금방 보고 올게.” 하고 병원을 나서기도 하던 때. 

문을 나서면 해가 뜨겁게 내리쬐곤 했고 기분이 아득했다. 밖의 거리 걷는 사람들도, 내 하루도 가족도, 아득하고 캄캄하게 느껴졌다. 해가 참 뜨겁고 눈부시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구직활동과 아버지 간병이 이어지던 그때 지금의 신랑인 남자친구가 거의 매일 병원 앞에 찾아왔었다.

하루는 해물탕 집에 데려가고, 하루는 동생에게 병실 잠깐 맡기고 갑자기 바다 보러 가자고 포항에 데려갔다. 

둘 다 차도 없던 뚜벅이 시절 시외버스를 타고 병실에서 신던 슬리퍼 그대로 신고 츄리닝 바람으로 바다를 보고 왔다. 

생일에는 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는데 마침 성악하시는 분들이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들려주는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다. 답답하고 소독약 냄새 진동하는 병실이 싫지만 근처 공원 산책할 힘도, 나갈 마음도 안 생길만큼 무기력하던 때. 남자친구 손잡고 억지로라도 맛있는 거 먹고, 바람 쐬고, 생각지도 못하게 멋진 노래도 들었다. 


음식이, 경치가, 노래가 좋기도 했지만, 남자친구의 한결같이 힘이 되어주는 마음, 없는 돈에 월급받으면 뭐라도 사주려하고 좋은 데 데려가주려하던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많이 힘이 됐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그래도 힘든 시기를 지나왔다. 시간의 힘도 있었겠지만 힘들면 힘든대로 그대로 봐주고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그 해물탕집, 아뜨리움 레스토랑 그리고 포항바다를 생각하면 그때 생각이 나서, 또 고마운 남편 생각이 나서 마음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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