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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r 18. 2020

잠든 남편 얼굴을 바라볼 때

사랑 이상 그 무언가의 감정이 싹트는 관계, '진짜 부부'가 되어가는걸까


행복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남편 얼굴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사람은 내게 부모님, 언니동생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남편 생각하면 똑같은 증상이 생겨버렸다. 1년에 한두 번은 세상 끝날 듯이 살벌 하게 싸울 때도 있고 가끔 이해 안 되는 행동으로 답답할 때도 있는 남편인데 내 행복의 기억엔 늘 남편이 있다.  글쓰기 워크샵을 하면서도 이번엔 안 써야지 하는데도 자꾸 신랑 얘기가 등장했다. 

특별할 것 없이 일상적으로 흘러갔던 지난 한해 속에서도 행복했던 순간은 남편과 밥 먹으며 별거 아닌 걸로 빵터지며 까르르거리며 웃을 때, 저녁 다 먹고 아파트 뒤편 아카시아 나무 향 맡으며 밤산책 했던 기억과 같은 것들..

매일 아침 나보다 출근이 빠른 남편이 아직 자고 있는 내 옆에 와서 퉁퉁 부어 있는 볼에 뽀뽀하며 “우리 여보 오늘 하루 잘 보내 사랑해” 라고 말할 때, 밖에서는 말도 적고 낯가림 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현관 앞에서는 크게 손 하트를 한 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짱구 춤을 추는 것을 볼 때도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다. 

그런 사랑스러운 남편의 잠든 모습 볼 때는 마음이 조금 짠해진다. 하루 종일 고된 육체노동 하느라 고생했을 남편 생각에, 내가 책 읽고 글 쓰고 모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취미생활해보라는 내 말에 본인은 집에서 쉬고 자고 나랑 있는 게 제일 좋다고 하는, 사실은 축구도 좋아하고 친한 친구들은 자주 보던 남편인데, 먹고 사느라 이것저것 자꾸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은 남편 생각에. 

30년 넘게 서로 따로 살아온 둘, 결혼한지 2년 된 지금은 신랑과 나,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된장찌개에 삼겹살을 구워 주고 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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